경제 미·이란 종전 합의 기대감...'중동 쇼크'가 한국 경제에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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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합의 기대감...'중동 쇼크'가 한국 경제에 남긴 교훈

등록 2026.06.12 15:41

수정 2026.06.12 15:44

이윤구

  기자

석유 수입 차질과 제조업 원가 상승공급망·에너지 안보 취약성 부각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해 왔다. 이번 주말 유럽에서 종전합의 서명식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그동안 한국 경제와 산업계에 남긴 파급 경로와 경제적 영향을 짚어봤다.

최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미경제연구소(KEI) 분석에 따르면 원유 수입량의 약 70%,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의 35%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조달해 왔다. 그러나 봉쇄 여파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정유·화학 업계의 비용 부담이 폭등했다.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국내 제조업 원가는 약 0.68% 상승한다.

국제 유가 폭등은 국내 물가와 금융시장으로 고스란히 전가됐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일 기준 한국의 일반 휘발유 가격은 지난 2월 28일 대비 18.7% 상승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7%로 끌어올렸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주요국 중 가장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코스피 시장은 역사적인 폭락을 겪었다.

유가 문제로 정부가 전략 비축유 방출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여기서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한국은 200일 이상의 석유 비축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 실제 하루 소비량(약 290만 배럴)으로 환산하면 정부 비축유는 약 34일분, 민간 비축유를 합쳐도 약 67일 수준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사태를 단순한 외부 충격이 아닌 '구조적 리스크의 현실화'로 보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 경제의 에너지·공급망 구조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국적 및 관련 선박 26척이 고립되면서 물류가 전면 중단됐다. 또한 반도체 필수 공정 소재인 헬륨의 64.7%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카타르 가스 시설 타격으로 인한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 리스크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리는 방금 이란과의 전쟁에 관한 훌륭한 합의를 했다"는 발언 직후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뉴욕 증시와 미 반도체 지수가 급등한 데 이어 코스피 역시 종전 기대감을 반영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로 가장 먼저 드러난 취약점은 여전히 중동에 치우친 한국의 원유 의존도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70% 이상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군사적 충돌이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경제 전체가 볼모로 잡히는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이제 원유와 천연가스는 단순히 얼마에 사 오느냐의 문제가 아닌, 국가 생존이 걸린 안보 자산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남미 등으로의 수입선 다변화와 정부 비축유 확대를,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및 무탄소 에너지로의 대전환을 산업 전략과 통합해 추진해야 한다.

종전 합의가 공식 체결되면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어 원자재 가격 안정과 수출 회복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의 지나친 중동 의존도와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 만큼, 향후 유연한 공급망 다변화와 대체 에너지 확보라는 중장기 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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