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국내에 판매된 포르쉐 브랜드는 모두 4,322대다(KAIDA). 전년 대비 25% 줄었지만, 살펴볼 내용은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구성비다. 판매된 4,322대 가운데 BEV는 타이칸 1,195대와 마칸 651대 등 총 1,846대에 이른다. 비중만 보면 포르쉐 전체 판매의 42.7%다. 지난해 같은 기간 비중이 약 26%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프리미엄 내연기관이 점차 BEV 브랜드로 변신하는 중이다. 게다가 보조금이 전혀 없다는 사실까지 포함하면, BEV 전환이라는 포르쉐의 방향성은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전략적 방향은 BEV 비중 확대로 동일하지만 확산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고 현실이 됐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중국에 연간 10만대 가량을 판매했고(2022년 기준) 이에 힘입어 글로벌 판매는 31만대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내 판매는 4만2,000대로 2022년 대비 50% 이상 줄었고, 그 탓에 글로벌 판매도 28만여 대로 줄었다. 샤오미, 지커, 샹지에, 덴자, 샤오펑 등이 포르쉐를 겨냥한 제품을 내놓으며 모든 차종이 영향을 받은 셈이다.
실적이 흔들리자 당장 타격은 판매 네트워크에 미쳤다. 적자로 돌아서며 버티지 못하는 딜러가 속출한 것. 결국 회사는 150여 개에 달했던 중국 내 판매 네트워크를 올해 40% 가량 줄인다. 표면적 명분은 효율 추구지만 엄밀하게는 적자에 허덕인 딜러들의 판매권 반납이다. 한때 포르쉐를 팔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졌음을 고려할 때 판매권 반납은 일종의 '포르쉐 굴욕'인 셈이다. 게다가 일부 판매사는 사업 정리를 위해 50% 이상의 할인율을 제시해 브랜드 가치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위기 상황에서 결국 포르쉐의 선택지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다. 감원에 가장 신중하다는 포르쉐 감독이사회마저 최근 구조조정안을 승인했다. 감원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두 배가량 많은 9,00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서 시선을 끄는 대목은 글로벌 연간 운용 규모다. 포르쉐는 연간 40만대에 맞춰진 지금의 모든 공장과 조직을 절반인 20만대 규모로 줄이기로 했다. 꾸준히 늘려왔던 글로벌 운용 대수가 오히려 희소성 가치를 훼손,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많이 파는 것보다 '다리소매(多利少賣)'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사고 싶은 욕망'이 강해져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려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한다.
수익을 위해 배터리 관련 자회사도 추가 정리한다. 이미 폐업이 결정된 BEV 배터리 개발기업 셀포스(Cellforce) 정리 외에 전기 바이크 사업과 폭스바겐그룹 내 자동차 데이터 통신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세티텍(Cetitec)도 정리 대상에 올렸다. 겉으로는 불필요한 사업 정리 같지만 본질은 '제품으로 되돌아 간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는다. 양보다 질에 치중해 왔던 포르쉐가 '오로지 제품력'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회귀하려는 작업이다.
최근 많이 파는 것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의 질적 성능을 앞세워 가치를 높이려는 곳이 많다. 다시 돌아선 포르쉐의 새로운 변신이 기대되지만 글로벌 소비자들이 점차 운전 시간을 아끼려는 자율주행에 매료된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그래서 포르쉐도 희소성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다시 제품력'에서 프리미엄 BEV가 추구해야 할 '제품력'은 과연 무엇일까? 해답을 찾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포르쉐 부진의 본질은 중국의 약진이 아닐 수도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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