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물가 인하 체감까지 시간 필요 "항공권 가격, 올여름까지 인하 힘들 듯"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료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하고 이미 전자서명까지 마친 가운데, 전쟁 기간 동안 올랐던 휘발유, 항공권, 식료품 가격 하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경제학자들과 산업 분석가들은 중동발 원유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소비자들이 동네 주유소나 대형마트 등 일상에서 물가 하락을 체감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강의하는 브렛 하우스 교수는 "3개월간의 전쟁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삶이 나아졌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며 "사실상 거의 모든 지표로 볼 때 미국 소비자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번 공격으로 인해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잠정 합의 소식이 전해진 후, 월요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약 80달러선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쟁 초기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이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보통 한 달 이상 앞서 원유를 구매하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떨어지더라도 당장 더 저렴한 원유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정책 연구 재단 석좌 연구원 마이클 린치는 "휘발유 가격이 천천히 떨어지는 것은, 원재료(원유)가 정제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인도되기까지 수 주일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정제 시설을 갖추지 못한 지역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권 가격도 당장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항공사들은 일반적으로 연료를 미리 구매하고, 운항 일정을 점진적으로 조정하며, 수요에 따라 항공권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원유 및 항공유 가격 하락이 상업용 항공편 운임에 반영되기까지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브렛 하우스 교수는 "올여름 안에는 항공권 가격이 인하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료품 가격 압박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미시간 주립대학교의 식품 경제 및 정책학 교수인 데이비드 오르테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식료품 가격이 당장 내려가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세계 7500개 슈퍼마켓의 연합체인 독립식료품연합(IGA)은 식료품 전체 비용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15%에서 30%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이 식품 공급망 전반에 퍼져 식료품 가격을 끌어올리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오르테가 교수는 "특히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한번 오른 가격이 다시 내려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라보뱅크는 유럽의 경우 전쟁으로 인한 식료품 물가 상승세가 내년쯤 정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미국의 식료품 가격은 과거 평균치인 2.6%를 웃도는 3.2%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스웨이 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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