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공급가격 일주일 전 확정·고지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주 단위 전환에쓰오일은기존 일일 확정가격 체계 유지
주유소 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꼽혀온 '사후정산' 방식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SK에너지에 이어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까지 공급가격 사전 확정에 나서면서 주유소들이 실제 매입원가를 모른 채 영업하던 구조가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1% 안팎에 불과한 주유소 업계는 유가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과 운영자금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종료되는 대로 주유소와 대리점에 공급하는 제품 가격을 일주일 전에 확정해 고지한다. 제품 출하 때 임시가격을 제시한 뒤 월말 정산 과정에서 실제 공급가격을 결정하던 기존 방식을 폐지하고, 사전에 알린 가격을 최종 거래가격으로 적용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사후정산제를 폐지하고 공급가격을 주 단위로 미리 알리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제도를 전환하기 위한 내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에쓰오일은 별도의 제도 변경 없이 현행 방식을 유지한다. 에쓰오일은 매일 석유제품의 공급가격을 확정해 주유소에 제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매월 대금을 정산해 왔다. 공급 이후 가격이 달라지는 사후정산 방식이 아닌 만큼 제도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개편은 지난 4월 정부와 정유 4사, 주유소업계가 체결한 상생협약의 후속 조치다. 당시 정유사들은 판매 기준가격을 사전에 확정·공시하고 사후정산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사후정산제는 정유사가 제품을 공급할 때 임시가격만 제시한 뒤 통상 10~30일이 지나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 등을 반영해 최종 공급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최종 가격이 임시가격보다 높으면 주유소가 차액을 추가로 내고, 낮으면 환급받거나 다음 거래 대금에서 차감하지만, 주유소는 실제 원가가 확정되기 전에 소비자 판매가격부터 정해야 했다.
주유소업계는 최종 공급가격이 예상보다 높게 확정될 경우 이미 판매한 물량에서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기 어렵고, 월말 추가 정산에 대비한 운영자금 부담도 커진다고 지적해 왔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급등할 때 판매가격을 보수적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실제 공급가격의 차이는 주유소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유소업의 영업이익률 1.7%를 적용하면 월 매출 1억원인 주유소의 영업이익은 단순 계산으로 170만원 수준이다. 평균 판매가격을 L당 2000원으로 잡을 경우 월 판매량은 약 5만L로, 월말 최종 공급가격이 예상보다 L당 10원 높게 확정되면 50만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17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줄어든다.
공급가격이 주 단위로 사전에 확정되면 주유소는 실제 매입 원가를 기준으로 판매가격과 주문량을 결정할 수 있다. 월말 추가 정산에 대비해 운영자금을 별도로 확보해야 하는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향후 관건은 주 단위로 고지한 공급가격이 별도의 사후 조정 없이 실제 거래가격으로 적용되는지 여부다. 정유사별 장려금과 할인 등 개별 계약 조건이 남아 있는 만큼 주유소가 부담하는 최종 가격까지 사전에 확정되는지가 제도 개편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 관계자는 "사후정산제 관련 상생협약 사안에 따라 공급가격을 주간 단위로 사전 고지하기 위해 준비를 진행 중"이라며 "향후 현장에서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 투명한 유통질서 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그간 기름을 팔고도 실제 매입가격을 월말에야 알 수 있어 공급가격이 예상보다 높으면 이미 판매한 물량의 손실을 만회하기 어렵고 추가 정산에 대비한 운영자금 부담도 컸다"며 "주 단위 가격이 확정되면 판매가와 주문량을 미리 정할 수 있어 재고·자금 관리가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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