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API 거래 늘며 초소액 결제 급증카드망 한계 속 스테이블코인 활용도 확대AI 경제 확산에 온체인 금융 인프라 주목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해 소비하는 단계를 넘어 AI끼리 직접 거래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 분석 서비스 등을 AI 에이전트들이 스스로 사고파는 'A2A(Agent-to-Agent) 경제' 시대를 맞아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이 핵심 인프라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금융시스템이 인간 중심 경제를 뒷받침했다면 앞으로는 AI가 결제 주체가 되는 자율경제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제8회 뉴스웨이 블록체인 비즈니스 포럼'에서 양현경 iM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에이전틱 AI와 블록체인, 자율 경제 시스템의 새로운 인프라'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은 변화를 전망했다.
양 연구원은 현재 AI 산업이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틱 AI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질문에 답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AI가 경제활동의 주체로 확장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AI 경제가 단기적으로는 에이전트 커머스를 거쳐 중장기적으로는 AI 간 거래가 이뤄지는 A2A 경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A2A 경제는 AI 에이전트들이 사람의 개입 없이 서로 정보를 요청하고 업무를 위임하며 결과물을 교환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데이터 제공 서비스와 API, 컴퓨팅 자원, 분석 결과, 검증 서비스 등이 AI 간 시장에서 자동으로 거래되는 형태다. AI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AI 서비스를 활용하고 그 대가를 지급하는 구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양 연구원은 "AI 에이전트 간 상호작용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데이터와 API, 연산 자원, 검증 서비스 등이 에이전트 간 시장에서 자동 거래되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람은 시간과 업무량의 제약을 받지만 AI는 동시에 여러 작업을 처리할 수 있어 거래 규모와 빈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것이 초소액 결제(Micropayment) 시장이다.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외부 데이터 조회와 가격 비교, 모델 호출, 코드 실행, 신원 검증 등 다양한 서비스가 활용된다. 각각의 거래 금액은 작지만 발생 빈도는 매우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기존 금융 인프라가 이러한 거래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카드 결제는 건당 수수료와 비율 수수료가 발생하고 은행망 역시 정산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한다. 사람 중심 소비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천 건의 초소액 거래가 발생하는 AI 경제에서는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양 연구원은 카드 결제망과 은행망이 AI 간 초소액 결제 시장에서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드 수수료는 거래 규모가 작을수록 부담이 커지며 AI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유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돼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실시간 송금과 자동 정산이 가능하다. 특히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결제를 실행할 수 있어 AI 경제와의 궁합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 연구원은 AI 경제에서 요구되는 핵심 조건으로 ▲24시간 실시간 처리 ▲국경 없는 전송 ▲초소액·고빈도 거래 대응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자동 정산을 꼽았다. 양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즉시 전송이 가능하고 조건부 지급과 자동 분배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이전틱 AI 경제에 적합성이 높은 결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역시 이러한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가트너는 최근 발표한 신기술 하이프 사이클에서 기계고객(Machine Customer)과 AI 에이전트, 프로그래머블 머니를 주요 혁신 기술로 선정했다. 기계고객은 사람이나 기업을 대신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제 주체를 의미하며 가트너는 2030년 관련 구매 규모가 30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 연구원은 AI 시대의 결제 인프라가 기존 금융망과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의 경쟁 구도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 중심의 에이전트 커머스는 카드 네트워크와 은행이 인증과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고 AI 간 거래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온체인 인프라가 담당하는 역할 분담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양 연구원은 "AI 에이전트 시대의 결제 인프라는 거래 유형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며 "A2A 경제의 확산은 스테이블코인 수요와 온체인 금융 인프라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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