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절대 1위' 삼성을 깨운 SK의 도전장

오피니언 기자수첩

'절대 1위' 삼성을 깨운 SK의 도전장

등록 2026.06.25 07:17

정단비

  기자

reporter

"삼성은 외계인을 납치해 개발했다"

한때 이런 인터넷 밈(meme·유행)이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워낙 뛰어나 외계인에게 제품 개발을 맡긴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였다. 삼성전자 역시 이를 활용해 외계인 캐릭터 '지누스마스(G·NUSMAS)'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 정도로 삼성전자가 갖는 상징성은 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TV, 스마트폰, 가전 등 다양한 사업들을 영위했고 전 부문에서 1등을 차지하는건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듯 여겨졌던 내용이다.

삼성이 유지해온 부동의 1위 기록들을 깨기 시작한 곳은 SK하이닉스다. 그야말로 '영원한 2등'으로 여겨졌던 SK하이닉스의 반격이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사업 중에서도 반도체 부문인 메모리에서는 자타공인 1위 자리를 오래 유지해왔다. 이는 절대 왕좌에 가까웠다. 시장에서는 그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격차가 많이 벌어진 1등과 2등으로 여겨졌다는 점에서다.

절대 왕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작년 무렵이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메모리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점유율 절반 이상을 확보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고, 결국 지난해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게서 빼앗는 결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D램 시장 1위 자리를 내어준 것은 33년 만이었다.

또 한 번의 이변이 일어난 곳은 주식시장이었다. SK하이닉스가 국내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위에 오르면서다. 삼성전자가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에 오른 것은 1999년 7월 29일이다. 이후 2000년 11월 21일을 기점으로 1위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었다. 지난 22일 전까지는 말이다. 삼성전자가 약 25년 7개월 동안 지켜온 코스피 시총 1위 자리가 처음으로 흔들린 순간이었다. 삼성전자는 우선주를 포함하면 여전히 우위에 있다는 설명이지만 시총 순위가 몇십 년 만에 뒤바뀌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뼈아픈 기록일 수 있다. 그러나 산업 전체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독주는 안정을 가져오지만 경쟁은 혁신을 만든다. 인텔의 독주를 AMD가 흔들며 CPU 시장 발전을 이끈 것처럼, SK하이닉스의 추격 역시 삼성전자를 다시 뛰게 만드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왕좌는 흔들릴 때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삼성을 흔들 수 있는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더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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