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환율·물가 상승 압력 지속건설업계 "원가 부담 여전"
건설공사비가 약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하반기 분양시장 전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긴장 완화에도 불구하고 유가와 환율, 물가 등의 영향으로 공사비 상승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4월 건설공사비지수(잠정)는 136.88로 전월보다 1.7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3월 상승폭(0.58포인트)의 약 3배 수준으로, 2022년 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이다.
같은 기간 아스콘·아스팔트 가격은 전월 대비 28.83% 상승했으며 건축용 플라스틱은 4.73%, 레미콘은 4.08% 올랐다. 이들 품목은 원유 가격과 일정 부분 연관돼 있어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되더라도 자재 가격과 공급망이 단기간 내 정상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 영향으로 레미콘과 단열재 등 주요 자재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며 "전쟁이 종료됐다고 해도 공급망이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재 수급 속도가 떨어질 경우 공기 지연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에도 공사비 상승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자재 수급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월간 건설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 가운데 자재수급지수는 63.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보다 29.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 우려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현장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유가뿐 아니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이 공사비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며 "정부가 고시하는 기본형건축비도 연간 기준 4~5% 수준의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3월 기본형건축비가 인상된 데 이어 9월에도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사비 상승 영향은 분양시장에도 일부 반영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수도권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656만73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3219만4800원)보다 13.58% 상승한 수준이다.
다만 분양가는 공사비뿐 아니라 입지와 사업 유형, 지역별 수요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 만큼 향후 상승 폭은 지역별로 차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이 단기간 내 안정되기 어려운 점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에너지 공급망 복구와 물류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건설 원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유가와 물가, 환율"이라며 "세 가지 모두 현재로서는 상승 압력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 시기처럼 급등하는 양상은 아니더라도 상승 방향성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종전 합의가 이뤄졌더라도 원유 생산과 물류 체계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제시설과 항만 등 관련 인프라 복구도 남아 있는 과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공사비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늘어난 원가 부담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단기간 급등하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상승 흐름 자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 변수 외에도 통화량 증가와 환율 변동성이 건설 원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통화량(M2) 증가와 원화 가치 하락이 건설 원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특히 건설업은 석유와 연동되는 원자재 비중이 높은 만큼 유가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분양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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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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