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저평가 딛고 글로벌로···KB금융, 외국인 비중 첫 '80%' 돌파단순 자금줄 넘어 배당·주총 실권 쥔 견제자···경영 거버넌스 축 이동진옥동·양종희 이어 임종룡·함영주 출격···전략 맞춤형 '요충지' 공략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에 맞춰 역대급 주주환원 보따리를 풀어내며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그만큼 해외 투자자들과의 소통 중요성이 커지면서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은 적극적인 '글로벌 세일즈'에 나서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사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 회장들의 글로벌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바쁜 국내 일정을 쪼개 직접 출장길에 오르는 것은 당국의 밸류업 기조에 맞춘 그룹의 강력한 의지를 대외에 선포하는 동시에, 단기 매매 세력이 아닌 기업의 미래 가치를 믿고 함께 갈 '장기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각 금융지주 회장들은 각 사의 밸류업 전략과 신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요충지를 제각각 선택해 행선지를 다변화하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달 10일부터 22일까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을 2주간 도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북미 대형 연기금 투자자들과 글로벌 자산운영사 등을 만나 '신한 밸류업 2.0'의 진정성을 피력했다.
특히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성장률에 연동된 주주환원 체계, 예측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인 자본정책, 글로벌 사업 기반을 활용한 수익 다변화 전략 등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종희 회장은 이달 중순 싱가포르를 방문해 현지 주요 은행 및 글로벌 기업과 디지털 금융 협력 일정을 소화하는 등 투자자 소통과 사업 확장 전략을 병행했다.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은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일본과 대만을 방문해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해외 IR을 실시했다.
일본은 주주환원·주주가치 제고의 관심이 높고, 대만은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성장에 따라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한 투자시장으로서 신규 투자자 발굴을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증권업 재진출, 보험사 인수 등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로 인해 대규모 자금 소요가 동반돼야 하는 만큼 신흥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일정과 세부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중미 지역 IR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하나금융은 미국 등 선진시장에 대한 접점을 늘리며 수익 루트를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해엔 북미 시장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 22년 만의 신규 거점인 'Hana Bank USA LA 지점'을 개점하기도 했다.
함 회장은 북미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서 비은행 부문 경쟁력, 주주환원 정책 등을 중심으로 그룹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해외 IR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최근 금융지주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최대 80%를 웃돌면서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이 커진 영향도 있다. 실제로 KB금융의 경우 지난 15일 장 마감 기준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80%를 돌파했다. 2008년 KB금융지주 출범 이래 외인 지분율이 80%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사 별로 살펴보면 26일 기준 ▲KB금융 80.06% ▲하나금융 68.47% ▲신한금융 61.72% ▲우리금융 45.51% 순으로 우리금융을 제외하고는 전년 말 대비 모두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밸류업·중장기 수익성 등 까다롭게 살피는 해외 투자자들을 직접 대면해 소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금융지주 회장들이 직접 해외 IR에 나서는 건 고도화된 글로벌 주주들의 요구에 직접 답하며 우호적인 장기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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