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KAI, 팔겠단 사람 없는데 살 사람만 줄섰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KAI, 팔겠단 사람 없는데 살 사람만 줄섰다

등록 2026.06.26 16:37

김제영

  기자

reporter

인수전은 시작됐는데, 정작 매각은 없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둘러싼 기묘한 풍경이다. 한화는 KAI 지분을 9%대로 늘리며 2대 주주에 올랐고, LIG D&A는 공식적으로 "진행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 대한항공과 같은 굴지의 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팔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은 줄곧 "매각 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고 정부도 민영화를 공식화한 적이 없다. 그러나 주인이 매물을 내놓지 않았음에도 업계는 이미 '다음 주인'을 전제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KAI를 둘러싼 민영화 논의는 해묵은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영화 필요성이 제기됐고, 업계에서 유력 인수 기업들이 물망에 오르곤 했다. 앞서 2000년대 초 대한항공의 KAI 인수가 물살을 탄 전적은 있으나, 실제 매각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시장은 왜 KAI의 '다음 주인'에 대한 논의를 반복할까. 답은 KAI가 가진 전략적 가치에 있다. KAI는 KF-21 전투기와 FA-50 경공격기, 위성·우주 사업까지 보유한 국내 유일의 완제기 체계종합업체다. 육상과 해상 전력을 보유한 방산기업들 입장에서는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항공우주 플랫폼이라는 마지막 퍼즐이자, 탐낼 수밖에 없는 자산이다.

다만 KAI 민영화 논의의 본질은 단순히 '누가 사느냐'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KAI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오랜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항공우주 산업은 수십 년을 내다보는 연구개발과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분야다. 국가 전략 산업으로서도 기술적 가치가 크다. 그러나 KAI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돼 왔다. 정치적 변수 아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물론 민영화가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국가 예산과 기술이 집약된 전략 기업인만큼, 민간에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독과점 논란과 방산 기술 보호, 연구개발의 공공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정부가 선뜻 매각 카드를 꺼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분명한 것은 시장이 이미 '포스트 KAI'를 염두에 둔 수 싸움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한화가 먼저 움직이자 경쟁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셈법을 계산하고 있다. K-방산이 글로벌 방산 경쟁에 나선 지금, KAI를 둘러싼 논쟁도 더는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되풀이되는 매각설은 역설적으로 KAI를 향한 질문이다. 국책 기업에 걸맞은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마련할 것인지, 혹은 민간 중심 기업으로 넘어가 새로운 발전을 모색할 것인지, 정부도 KAI의 미래 지배구조에 대한 결정을 미루기 어려워졌다는 신호다.

인수전은 사실상 시작됐다. 하지만 이제는 누가 KAI를 가질지 따질 때가 아니다.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어떤 지배구조로 책임질 것인지, 그 답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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