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프라 수주 지원해 국내 건설사 경쟁력 강화침체된 주택 시장 넘어 신성장동력 확보 움직임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수백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중동 재건시장이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후 복구와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은 과거 중동 사업 경험과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재건 수요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최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최종 합의를 위한 후속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선박 통행 보장과 이란 자산 동결 해제, 석유 수출 제재 완화 등을 주요 의제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종전이 확정되고 대이란 제재가 완화될 경우 발전소와 정유·석유화학 시설, 가스처리시설, 송유관 등 에너지 인프라 복구 사업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전력망과 철도, 항만,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주택·도시개발 프로젝트로 재건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의 대규모 에너지·인프라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수주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중동 재건시장 선점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최근 중동 지역 인프라 사업 수주 지원을 위한 범정부 협의체인 '중동 인프라 협력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정부는 국가별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 추진 상황과 수주 가능성을 점검하는 한편 정부 간(G2G) 협력과 정책금융 지원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수주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가장 큰 수혜 기업으로는 현대건설이 거론된다. 현대건설은 수십 년간 GCC 국가에서 대형 플랜트와 송·변전, 건축, 토목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중동 사업 기반을 구축해왔다. 업계에서는 GCC 국가 투자와 이란 재건사업을 합산할 경우 잠재 수주 규모가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도 '중동재건 TF'를 구성하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해외영업을 총괄하는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중심으로 플랜트·토목·건축 등 각 사업본부의 역량을 결집해 재건사업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중동 피해국 인프라 복구사업 수주에 집중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이란 시장 재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와 협력해 재건시장 정보를 공유하고 국내 건설사 간 '팀 코리아(Team Korea)' 협업에도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DL이앤씨 역시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1990년 이후 이란에서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도 이란 지사를 운영하며 현지 발주처와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 제재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현지 시장을 떠나지 않고 재진출 기반을 다져온 셈이다. 사우디에서는 대형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에너지 플랜트 시장 확대에도 대비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중동 재건시장이 침체된 국내 건설경기를 보완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재건 수혜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현재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최종 합의와 국제 제재 해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종료 시점과 정치·외교적 변수에 따라 실제 프로젝트 발주 시기와 규모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사들은 과거 시공 실적과 기술력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현지 네트워크를 보유한 해외 건설사들과도 경쟁해야 한다"며 "해외 대형 건설사들은 현지 정부와의 관계나 사업 정보 확보 능력 등에서 강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기술력만으로 수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들어 전쟁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경우 재건사업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사업 발주와 수주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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