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D·DA부문 영업익 1000억원 미만 추정반도체 호황 대비 가전 실적 극명 온도차플랫폼·AI 혁신도 실적 반등에 변수
'89조 축포' 뒤에 가려진 것은 TV·가전의 추락이었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TV·가전 사업은 영업이익이 1000억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되며 역대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TV·가전 쇄신을 위해 지난 5월 전면에 나선 용석우 DX부문장 보좌역(사장)과 이원진 VD사업부장(사장)은 실적으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TV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VD·DA사업부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000억원 안팎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두 사업부가 적자를 기록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전날 올해 2분기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이 실적을 사실상 견인하면서 사업부 간 온도차는 극명하게 벌어졌다. 시장 추정치가 맞는다면 VD·DA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전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1%에 불과하다.
이번 성적표는 지난 5월 단행한 TV·가전 사업 쇄신 인사 이후 처음 나온 실적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는 당시 TV 사업을 이끌던 용석우 사장을 DX부문장 보좌역으로, 글로벌마케팅실장을 맡아온 이원진 사장을 VD사업부장으로 각각 전진 배치했다. TV 기술 전문가와 플랫폼·마케팅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워 침체된 TV·가전 사업의 반전을 꾀한 인사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받아든 첫 성적표는 기대를 밑돌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새 경영진의 성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사업 개선의 방향성과 가시적인 성과를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 뼈아픈 것은 2분기 내내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한 호재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국민과 함께, 삼성전자 감사 페스티벌'을 열며 대규모 판촉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행사 기간 판매 규모가 2조원 안팎에 달한 것으로 추산한다. 통상 2분기는 에어컨 판매가 집중되는 생활가전 성수기인 데다 월드컵 특수와 프리미엄 가전 교체 수요까지 겹치며 시장에서는 실적 반등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은 DS부문에는 호재였지만 TV·가전 사업에는 원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소비 둔화로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메모리를 비롯한 주요 부품 가격까지 오르면서 완제품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신성장 사업도 아직은 기존 하드웨어 부진을 메울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VD·DA사업부에 구독 서비스와 HVAC(냉난방공조) 사업 실적을 함께 반영하고 있지만, 해외 구독 사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지난해 인수한 독일 플랙트그룹의 시너지 역시 본격적인 실적 기여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결국 하반기 용석우 보좌역과 이원진 사업부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AI와 플랫폼 경쟁력을 실적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AI 기능과 타이젠OS 기반 '삼성 TV 플러스', 스마트싱스 등 서비스 경쟁력은 TV와 가전 판매가 뒷받침돼야 이용자 기반이 확대되고 광고·콘텐츠·구독 등 추가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리미엄 하드웨어 판매와 플랫폼 수익을 함께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승부처라는 얘기다.
하지만 하반기 경영 환경은 더 녹록지 않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완제품 사업의 원가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연말까지 D램과 SSD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에는 호재지만 TV와 가전에는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하반기가 TV·가전 사업의 경쟁력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와 플랫폼 중심의 전략이 실제 판매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TV·가전 사업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PC와 스마트폰의 글로벌 판매 및 출하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영업적자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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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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