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에 다녀왔다. 울산의 조선업 생산직 인력 중 3만 명가량을 담당하는 협력사 노동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파업 이후 원청이 협력사의 임가공 도급에 대해 지불하는 기성은 지속적으로 인상해 왔지만, 여전히 협력사의 상용공(업체 정규직) 노동자들을 붙들기는 어렵다고 한다. 지역에서는 소비가 위축되어 큰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1호점이자 압구정 본점 개점 전까지 사실상 본점 역할을 했던 울산 동구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분점으로 격하되더니 이제 그 자리에 750가구 임대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업계에서 쓸 만한 용접사가 되기 위해서는 조선소에서 최소 3년의 숙련을 축적할 시간이 필요하다. 3년이 지나면 C급, 5년이 지나면 B급, 10년이 지나면 A급이 된다. C급은 물량팀(일당으로 뛰는 프리랜서) 보조공을 맡을 수 있고, B급은 아주 어렵지 않은 일을 메인으로 맡을 수 있고 A급 이상은 부르는 게 값이다.
단가는 C급 기준 15만 원부터 시작해 A급 이상은 20만 원 이상이 된다. 반도체 공장 지을 때 조선소의 A급보다는 기량이 떨어지는 용접공들에게 지급하는 돈이 일당 기준 20만 원 정도이기 때문에, 자꾸 용접공들이 평택과 용인으로 향한다는 말이 나온다.
문제는 B급 이상의 생산직 고숙련자들의 나이 평균이 40대 후반을 넘어 50대 초반이 되었고, 막내가 40대 중반에 이른다는 것이다. 매번 신입으로 공고, 폴리텍, 회사의 기술교육원 교육을 이수하는 청년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용접으로 인정받기 이전에 모두 퇴사한다.
일단 60~70도에 육박하는 블록 내부에서 용접을 해야 하는 여름을 나기가 어렵고, 1년을 채워도 최저임금에 알파 정도인 임금은 하루 일하면 3년차 용접공 일당과 맞먹는 15만 원을 주는 쿠팡 물류센터 쪽으로 이들을 밀어낸다. 모든 걸 제쳐두고 조선소 용접 자체를 정말 좋아하지 않는 이상, 청년들을 붙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왕년에 용접을 배워서 '인'이 배긴 시니어들의 리그에 젊은 활기를 주는 것은 오로지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다. 숙련기능인력(E-7-4)과 고용허가제(E-9)로 온 이들은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고, 이제 본격적으로 현장에 유입된 지 3년이 지나 도장, 사상 등의 분야에서는 '고기량자'로 분류되기도 하며 '뜨내기' 취급을 면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박민규 의원 등 11명은 임금의 일부를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만 있으면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성과급이 지역의 소비로 환원되어 소상공인,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리란 취지다.
그런데 거제나 울산 동구를 생각하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나서 돈이 지역에 돌지 않는다는 지역 여론에 화답한 결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조치가 과연 두 지역 경기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일단 교섭력이 약한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이 이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지역에 정착한 사람은 지역화폐가 없어도 지역에서 쓰고, 떠날 사람은 지역화폐를 줘도 '깡'으로 환전해서 나간다. 오히려 조선소 근무를 꺼릴 이유만 하나 더 생긴다. 안 그래도 내외국인 상관없이 '인력 모셔오기'를 해야 할 산업이다. 평택과 용인의 성과급을 겨냥한 법이, 정작 평택과 용인에 사람을 빼앗기는 거제와 울산을 괴롭힌다.
지급 상한과 대상 임금을 법률에 못 박지 않고 시행령에 넘긴 이상, 인력 수급에 말썽을 불러일으키고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제약한다는 지탄을 피하기 어렵다. 2026년 외국인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은, 1960~70년대 독일과 1970~80년대 중동에서 일했던 한국인 노동자들의 송금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거제와 울산에 누가 어떻게 돈을 쓰게 할 것인가? 간단한 문제다. 먼저 가능한 한 최대한 내국인 정규직 노동자를 많이 채용하고, 그들을 노동조합의 울타리 안에서 고용을 보호하면서 지역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여서 이들의 소비 여력을 높여 주는 것이다. 셋째는 이주노동자들의 가족 동반을 지금보다 훨씬 더 쉽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족 단위 이주노동자의 이주에 얼마나 열려 있는가? 숙고하고 차분히 풀어야 할 세 번째 사안의 성격을 고려하면 결국 임금 상승과 고용 안정이라는 상식적인 대답이 남는다.
돈을 쓰는 사람은 지역에 정착한 사람이다. 정착시키지 않고서는 소비만 요구할 수 없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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