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美 AI 특수가 지핀 철강 불씨···철근만 뜨거웠다

산업 중공업·방산

美 AI 특수가 지핀 철강 불씨···철근만 뜨거웠다

등록 2026.07.14 10:19

김제영

  기자

상반기 대미 철근 수출 33배 급증수출액 감소·가격 약세 수익성 압박글로벌 수요 불균형·통상 리스크 지속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국내 철강 수출에 반등의 불씨를 던졌다. 하지만 온기는 철근 등 일부 품목에만 집중됐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보호무역 장벽에 막힌 철강업 전체는 아직 회복의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14일 산업통상부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철강 수출액은 21억45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6% 증가했다. 철강 수출액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다만 올해 상반기 누적 수출액은 124억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미국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철근과 H형강 등 구조용 강재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은 220만톤(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9만t)보다 5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철강 수출 증가율은 0.8%에 그쳤다.

특히 철근이 미국발 AI 특수의 최대 수혜 품목으로 떠올랐다. 올해 상반기 미국향 철근 수출량은 48만3549t으로 지난해 상반기(1만4557t) 대비 33배 이상 급증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 건설이 확대되면서 기초 공사에 필요한 철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투자가 향후 강관 등 다른 철강 제품으로 확산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전력망 구축과 설비 투자에 필요한 철강 수요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철강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번 반등이 미국 시장과 일부 품목에 집중된 '부분 회복'에 머물고 있어서다.

실제 상반기 철강 수출은 물량과 금액이 엇갈렸다.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0.8% 늘었지만 수출액은 오히려 2% 감소했다. 판매량은 늘었지만 제품 가격 약세가 이어지면서 철강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가 일부 품목에는 분명한 호재"라면서도 "전체 철강업 실적을 끌어올릴 정도의 수요 확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가장 큰 부담은 중국이다. 중국 철강업체들이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수출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철강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원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까지 겹치며 국내 철강사의 수익성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통상 환경도 변수다. 유럽연합(EU)은 이달부터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를 강화했고, 내년부터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으로 탄소 배출 관리 부담도 본격화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보호무역 기조 역시 수출 기업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도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철강 업황 반등의 신호탄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철근 수요 증가가 대미 수출과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면서도 "업황 개선 여부는 품목별 수요 확산과 내수 회복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향후 AI 인프라 투자가 강관·후판 등 다른 제품으로 확산되고, 글로벌 공급과잉을 넘어설 새로운 수요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철강 회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