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제 BPL-003, 신속 약효와 차별화된 투약 방식 주목베클리 사이텍 인수, 중추신경계 질환 시장 경쟁 가속국내 제약·바이오, 미생물·전자약 등 다양한 신약 개발 전략
비만치료제로 막대한 현금을 거머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이번엔 정신건강(Mental Health) 신약에 최대 38억달러(약 5조2000억원)를 베팅했다. 글로벌 빅파마의 자금이 중추신경계(CNS) 질환으로 향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딜을 단순한 '정신건강 테마 수혜'로 착각해선 안 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릴리가 주목한 것은 질환 자체가 아니라, 임상 3상에 진입한 '차별화된 투약 방식'과 '빠른 약효'라는 점에서다.
릴리, 선급금만 28억 달러···핵심은 '빠른 약효와 지속성'
1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우울증 치료제를 개발 중인 베클리 사이텍(Beckley Psytech)의 주식을 주당 6.75달러에 인수하고, 향후 신약 허가 성과에 따라 주당 최대 2.50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 기준 기업가치는 약 28억 달러이며, 조건부 마일스톤을 포함한 총액은 38억달러에 달한다. 양사는 올 3분기 내 거래 종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빅딜의 핵심 자산은 치료저항성 우울증(TRD) 치료제 후보물질 'BPL-003'이다. 환각성 물질인 5-MeO-DMT의 합성 형태(메부포테닌 벤조에이트)를 비강 스프레이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임상 2b상 결과, 환자는 병원에서 약 2시간 치료를 받은 뒤 우울 증상이 빠르게 감소했으며 일부는 그 효과가 수개월간 지속됐다. 미 식품의약국(FDA) 혁신치료제 지정을 거쳐 현재 임상 3상에 착수한 상태다.
인수대금 중 10억 달러가 개발 성과와 연계된 점은 환각성 치료제의 잠재력과 후기 임상 불확실성을 동시에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마이크로바이옴부터 전자약까지···K-바이오의 차별화 승부
글로벌 빅파마 행보에 발맞춰 국내 기업도 각기 다른 기전과 편의성을 앞세워 CNS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릴리의 타깃이 '환각 물질을 통한 즉각적 화학 반응'이라면, 국내 기업은 미생물, 합성신약, 전자약 등 다변화된 우회로를 택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사 HEM파마(에이치이엠파마)다. 우울증 치료제 후보물질 'HEMP-001'은 장과 뇌가 상호작용한다는 '장뇌축(Gut-Brain Axis)' 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미국 FDA에 임상 2a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환각 물질 대신 단일 생균을 활용해 기존 항우울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병용 요법으로 기대를 모은다.
중추신경계 신약 명가 SK바이오팜은 조현병 치료제 후보물질 'SKL20540'의 임상 1상을 완료하며 파이프라인을 확장 중이다. 지투지바이오는 약물 기전보다 '투약 편의성'에 방점을 찍었다. 조현병 및 항우울제 보조요법으로 쓰이는 브렉스피프라졸을 1~3개월에 한 번만 맞으면 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비임상 단계)로 개발하고 있다.
신약 개발의 리스크를 덜어낸 '전자약'도 이미 시장에 안착했다. 와이브레인은 미세 전기 자극으로 뇌 기능을 조절하는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 스팀 플러스'를 상용화해 처방을 넓혀가고 있다. 기존 화학 약물과 병용이 가능하며 재택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번 거래가 국내 기업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신약 후보물질의 주요 가치가 정신건강 시장의 규모보다 치료 효과를 얼마나 빠르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는 점이다. 임상 단계가 앞서 있고, 기존 치료제와 뚜렷하게 구별되며, 글로벌 허가와 상업화 경로까지 제시할 수 있는 자산에 대형 제약사의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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