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기술 검증은 머크가, 가치 평가는 시장이···인제니아의 IPO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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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검증은 머크가, 가치 평가는 시장이···인제니아의 IPO 셈법

등록 2026.07.17 07:13

이병현

  기자

MK-8748 임상 성과, 계약 조건 현실화 관건주요 수익 마일스톤, 허가 달성 전제기술이전·후속 후보물질 개발 일정 주목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인제니아테라퓨틱스(인제니아)가 국내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회사 기술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제니아는 망막질환 신약 후보물질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우는 동시에 후속 물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는 인제니아테라퓨틱스의 원천기술에서 출발한 안과 신약 후보물질 'MK-8748'(인제니아 개발명 IGT-427)을 총 1920명 규모의 중추적 후기 임상에 올렸다.

기술을 이전받은 빅파마가 직접 자본과 조직을 투입해 허가 근거 확보에 나섰다는 점은 인제니아가 코스닥 시장에 제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다만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업가치 평가엔 이미 체결된 계약뿐 아니라 2027년 예정된 후속 후보물질 기술이전과 2028년 임상 마일스톤까지 반영됐다. 현재로서는 머크가 기술 실패 위험은 낮춰줬지만, 실제 현금 창출 시점과 규모에 대해서는 시장의 냉정한 검증이 필요한 구조다.

인제니아는 증권예탁증권(DR) 500만주를 전량 신주로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는 1만2000~1만4500원, 공모 예정액은 600억~725억원이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5933억~7169억원이지만, 주식매수선택권과 주관사 의무인수분 등 잠재 주식까지 반영한 상단 기준 기업가치는 약 7760억원으로 산정됐다. 기관 수요예측은 오는 20~24일, 일반 청약은 30~31일 진행한다.

머크가 올린 1920명 후기 임상


인제니아는 2018년 미국 보스턴에서 설립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특허 전용실시권을 바탕으로 항체 플랫폼을 구축했다. 2022년 영국 아이바이오(EyeBio)에 두 개의 후보물질을 약 1조원 규모에 기술수출하며 주목받았고, 이후 머크가 아이바이오를 최대 30억 달러에 인수하며 해당 물질(MK-8748) 개발을 이어받았다.

머크는 2024년 아이바이오를 선급금 13억달러와 향후 마일스톤 최대 17억달러 등 최대 30억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IGT-427을 MK-8748로 편입해 개발을 이어받았다. 아이바이오 인수 가격 전체를 MK-8748의 가치로 볼 수는 없지만, 머크가 안과 파이프라인 확보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뒤 개발을 후기 단계로 진전시켰다는 점은 기술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내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머크가 가동한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 대상 임상은 'MALBEC'과 'TORRONTES'다. 두 시험 모두 중추적 2b/3상으로 각각 960명을 등록할 예정이며, MK-8748은 TIE2를 직접 활성화하면서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억제하는 이중항체로 평가받는다. MALBEC은 MK-8748 두 용량과 아플리버셉트 2㎎을 비교하며, 1년째 최대교정시력 변화가 주요 평가변수다. 머크는 두 시험을 MK-8748 후기 개발 프로그램의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후기 임상 진입과 임상 성공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머크는 초기 임상 'RIOJA'의 긍정적 결과를 토대로 개발 단계를 높였다고 밝혔지만, 현재 공개자료에서 확인되는 대표적인 정량 데이터는 치료 경험이 없는 분지망막정맥폐쇄(BRVO) 환자 12명 결과다. 세 차례 투여 후 12주째 최대교정시력은 평균 16.7글자 개선됐고 중심망막두께는 평균 157.8㎛ 감소했다. 중대한 안과·전신 이상반응이나 용량제한독성은 보고되지 않았다.

해당 결과는 비교군이 없는 소규모 초기 데이터인 데다 현재 후기 임상의 주 적응증인 습성 황반변성과도 다르다. 머크가 공개한 보도자료와 임상등록 자료에는 습성 황반변성 환자의 용량별 시력 개선 폭, 망막액 감소 정도, 투여 간격별 효능 등 세부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머크 후기 임상 착수는 내부 확신과 자본 투입을 보여주는 신호지만 초기 임상인 만큼 아직 그 자체가 후보물질의 임상적 우월성이나 허가 가능성을 입증한 결과는 아니다.

2028년 순익 78%···가치평가 시간표


기업가치 산정은 미래 기술료 수입에 크게 의존한다. 인제니아는 지난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고 영업손실 2333만8000달러, 당기순손실 1859만7000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공모가 산정에 사용된 추정 당기순이익은 2026년 140억원, 2027년 398억원, 2028년 1921억원이다. 이를 계산하면 3개년 추정 순이익 가운데 78.1%가 2028년 한 해에 집중된다.

주관사는 이들 순이익에 연 25%의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가치 평균 476억원을 산출했다. 이어 유한양행·한미약품·종근당·HK이노엔 등 비교기업 4곳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22.89배를 적용했다. 산출된 DR당 평가액은 2만265원이며 여기에 28.45~40.78%의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를 정했다. 수익 기반 제약사를 비교기업으로 사용했지만 인제니아의 이익은 반복적인 제품 매출보다 조건부 기술료 비중이 높아, 같은 PER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지가 수요예측의 쟁점으로 꼽힌다.

쏠림은 매출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신고서에 반영된 2028년 추정 매출 3673억원 가운데 아직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만성신장질환 후보물질 'IGT-303'의 개발 마일스톤이 2034억원으로 가장 크다. 이미 아이바이오와 계약한 IGT-427의 임상 3상 완료 마일스톤은 1582억원이다. 계약이 존재하는 IGT-427 수익도 임상 완료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지급되지만, IGT-303 수익은 계약 성사부터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의 단계가 다르다.

IGT-303은 현재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서 임상 1·2a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2026년 말 또는 2027년 초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뒤 글로벌 제약사와의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고서의 낙관·중립·보수 시나리오는 모두 2027년 기술이전을 전제로 한다. 보수 시나리오도 계약 규모만 절반 수준으로 줄였을 뿐 기술이전 시점 지연은 반영하지 않았다.

회사가 최근 제시한 사업 방향과 가치평가 전제 사이에도 간극이 있다. 앞서 한상열 대표는 임상 결과에 따라 조기 기술이전을 서두르지 않고 자체 후기 임상이나 공동개발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발 단계를 더 높이면 장기적으로 더 나은 계약 조건을 받을 수 있지만, 기술료 유입 시점은 늦어지고 자체 부담해야 할 임상비는 늘어난다. 가치 극대화를 위한 선택이 단기 추정 실적에는 오히려 변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인제니아는 공모가 하단 기준 발행 비용을 제외한 순유입액 약 578억원 가운데 87.9%인 508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임상시험에 약 220억원, 독성시험과 의약품 제조·품질관리(CMC) 개발에 120억5000만원, 신규 후보물질 전임상 연구에 약 58억원을 배정했다. 공모자금이 IGT-303의 개발 선택지를 넓혀주지만, 자체 개발 범위를 확대할수록 IPO 당시 제시한 기술이전 중심의 현금 유입 일정도 함께 조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경쟁은 이미 장기 투여···'24주 가설' 입증해야


습성 황반변성 치료 시장의 경쟁 기준도 높아졌다. 아일리아 고용량 제품인 아일리아HD는 초기 투여 이후 8~16주 간격으로 투여할 수 있고, 1년간 치료 반응이 유지된 일부 환자에게는 20주 간격도 고려할 수 있다. VEGF와 안지오포이에틴-2를 함께 억제하는 바비스모 역시 환자 반응에 따라 최대 16주에 해당하는 투여 일정을 적용한다. 단순히 VEGF 억제 효능을 보이는 것만으로는 기존 제품과 차별화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MK-8748의 차별점은 VEGF 억제에 더해 TIE2 수용체를 직접 활성화해 혈관 안정화를 유도한다는 데 있다. 회사는 초기 임상 결과를 토대로 최대 24주 투여 간격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MALBEC 임상은 초기 세 차례 월간 투여 후 48주까지 8주 간격으로 투약하고, 이후 환자 반응에 따라 간격을 조정하도록 설계됐다. 최대 24주 지속성이 실제 환자에서 재현되는지, 시력과 망막액 지표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임상적 이점이 나타나는지는 후기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공모 성패는 '1조원 기술수출'이라는 과거 이력보다 MK-8748 후기 임상 데이터와 IGT-303 사업화 일정이 얼마나 현실적인지에 달릴 전망이다. 공모가 상단 기준 약 7760억원이 검증된 플랫폼에 대한 가격인지, 2027~2028년 예정된 임상·계약 이벤트를 미리 당겨 지불하는 가격인지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인제니아테라퓨틱스 관계자는 "MSD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IGT-427'을 주력 프로그램으로 소개했으며, 현재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임상 3상 2건을 개시, 2029년 미국 FDA 허가와 2030년 상업화를 목표하고 있다"면서 "이번 코스닥 상장을 통해 주력 파이프라인과 후속 후보물질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고 해외 파트너십도 더욱 확대하며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을 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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