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고금리에도 일단 받자"···'공포 대출' 내몰린 실수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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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도 일단 받자"···'공포 대출' 내몰린 실수요자들

등록 2026.07.20 15:05

김다정

  기자

5대 은행 가계대출 목표치 3500억원 초과···조기 '대출 셧다운'상단 7.5% 넘어도 대출 승인부터···금리 비교 마비된 은행 창구0.25%p 뛸 때마다 이자 1조8000억원···긴축 후폭풍 우려도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금융권에 유례없이 이른 '대출 한파'가 휘몰아치고 있다. 당국의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총량 규제 여파로 통상 연말마다 반복되던 '대출 절벽' 현상이 올해는 하반기 초입부터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여력이 조기에 바닥을 드러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하반기 가계 여신 공급은 사실상 '셧다운(취급 중단)'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과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대출 문턱은 유례없이 높아졌다. 당장 가을 이사 철 잔금 납입을 앞둔 실수요자들은 고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물량을 확보하고 보자는 '공포 수요'로 내몰리고 있다. 본격적인 긴축 사이클 진입에 따른 한계차주 부실화 등 거시경제적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혼합형·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1~7.5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상단이 연 7.1% 안팎에서 형성됐으나, 불과 2주 만에 0.4%포인트가량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시장금리 상승세와 당국의 압박에 따른 은행들의 인위적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주담대 금리 상단 8% 돌파를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가 사실상 연내 추가 인상 시그널까지 강하게 시사하면서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연 3%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통상 금리 급등기에는 조달 비용 부담으로 대출 수요가 위축되는 것이 정설이지만, 현재 은행권 여신 창구의 기류는 판이하다. 가을 이사 철과 분양 아파트 입주 잔금 마련이 시급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이자가 얼마든 일단 한도부터 나오고 보자"는 패닉 바잉식 대출 심리가 지배하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비용 부담보다 대출 창구 폐쇄에 따른 '잔금 불이행'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이미 상반기에 초과했거나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649조 661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조 6912억원 증가했다. 이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4조 3400억원)를 이미 3500억원가량 초과 달성한 수치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은행권은 물론,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제2금융권까지 대출 한도를 선제적으로 축소하거나 신규 취급을 조기 제한하고 나섰다. 심지어 기존 대출의 조기 상환을 유도하는 등 가계대출 총량 관리의 수위를 전방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은행별 금리 비교를 통한 이자 부담 절감이라는 정상적인 시장 기능은 마비됐다. 당장 자금 조달 자체가 시급해진 실수요자들이 고리 여신이라도 잡기 위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구조적 모순이 심화되고 있다.

내달 잔금일을 앞둔 실수요자 A씨는 "불과 몇 주 전 알아봤던 금리보다 0.6%포인트 이상 높아져 월 이자 비용만 40만 원 넘게 늘어나게 됐다"며 "이자가 무섭긴 하지만 지금은 금리를 저울질할 때가 아니라 당장 돈이 나오는 창구를 찾는 게 급선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실수요자 B씨 역시 "당장 며칠 뒤 잔금일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대출 한도가 깎였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계약금을 날리게 생긴 판국에 당장 부족한 금액을 메우기 위한 자금만 확보된다면 금리가 몇 퍼센트인지는 유불리를 따질 롤이 아니다"라고 한탄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공급 절벽과 본격적인 통화정책 긴축 사이클이 맞물리면서 가계 금융의 거대한 부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대출 시장 왜곡이 가계 가처분소득을 극단적으로 취약하게 만들어, 민간 소비 급감과 취약차주 연체율 급등이라는 거시경제적 후폭풍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은이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담대 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할 경우 전체 차주의 이자 부담은 연간 1조 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경우 차주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은 기존 584만 3000원에서 613만 9000원으로 29만 6000원 늘어난다.

상황이 악화되자 초기 원리금 상환 부담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금리 하단이 낮은 '변동형' 상품으로 차주들이 쏠리는 역설적인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궤도가 뚜렷한 상황에서 변동금리 선택은 잠재적 위험을 키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이 연내 추가 진행되고, 내년까지 계단식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변동금리 차주들의 경우 6개월 주기로 돌아오는 금리 갱신 시점마다 이자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이미 석 달 연속 상승하며 3%대에 안착했다. 올해 6월 기준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5월(연 2.90%)보다 0.15%포인트 높은 3.05%로 집계됐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가 3%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월(3.08%)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기존 변동금리 차주들이 고금리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고정금리로 갈아타려는 '대환 전략' 역시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고정금리로 전환해 리스크를 회피하려 해도 수백만 원 규모의 중도상환수수료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데다, 현 시점의 고정금리 상단 역시 이미 8%대를 위협하고 있어 실질적인 이자 감축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인한 창구 통제나 셧다운 조치는 대개 연말이 임박한 4분기에 나타나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한 분기 이상 빠르게 한도 소진 경고등이 켜졌다"며 "하반기 추가 기준금리 인상 압력과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 요구를 감안하면 당분간 한도 관리의 고삐를 바짝 쥘 수밖에 없어, 유연한 대환이나 금리 인하는 물론 대출 문호를 넓힐 여력이 전무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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