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면·문주·조경 넘어 단지 전체 상품화···글로벌 설계사 협업도 확대서울·수도권 정비사업서 시작된 디자인 경쟁, 지방 분양시장까지 확장
아파트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외관과 조경이 주택 상품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아파트 외벽을 꾸미는 수준을 넘어 조경과 커뮤니티, 보행 동선까지 하나의 디자인으로 연결해 차별화된 주거공간을 선보이려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 정비사업에서는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글로벌 설계사와 손잡고 외관과 조경을 차별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외관 하나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조경과 커뮤니티, 동선 등을 하나의 디자인 콘셉트로 묶어 단지 전체의 상품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외관 특화의 대표적인 방식은 입면 분절과 커튼월룩, 측벽 특화 등이다. 단순한 직선형 외벽에 입체적인 요소를 더하고 동별 디자인에 변화를 주면서 단지의 개성을 강조한다. 대형 문주와 조형물, 경관조명을 활용해 단지 진입부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드러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조경 역시 외관과 분리된 요소가 아니다. 중앙광장과 수공간, 테마정원, 산책로를 커뮤니티 시설과 연결해 단지 전체가 하나의 공원처럼 느껴지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건설사들이 외관뿐 아니라 조경과 커뮤니티까지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이유다.
이 같은 흐름은 수도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대우건설은 서울 양천구 신월시영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조경·도시설계 전문기업 STOSS와 협업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 이후 설계를 차별화하는 수준을 넘어 수주 단계부터 글로벌 설계 역량을 앞세워 상품성을 부각하는 전략이다.
STOSS는 미국 보스턴과 로스앤젤레스에 스튜디오를 둔 조경·도시설계 전문기업이다. 대우건설과 STOSS는 신월시영에 '신월8경(新月八景)'을 적용해 양천의 자연경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8개의 테마정원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수공간과 예술 조형물을 결합한 '루미너스 스트림', 휴양지 콘셉트의 '워터폴 밸리', 웰니스 가든과 테라 플레이 가든 등을 배치하고 4개의 테마 산책로를 연결해 약 6㎞의 순환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목동8단지 재건축에서도 덴마크 기반의 글로벌 도시·건축 디자인 그룹 어반 에이전시(Urban Agency)와 협업해 외관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어반 에이전시가 제시한 외관 설계 콘셉트는 '인피니티 프리즘(Infinite Prism)'이다. 목동이 가진 다양한 가치와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건축에 담고, 시간의 흐름에도 가치가 지속되는 주거공간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구조와 조경에도 글로벌 설계 역량을 접목한다. 구조설계는 영국 아룹(ARUP), 조경은 미국 뉴욕 기반 슈퍼매스 스튜디오(Supermass Studio)와 협업을 추진해 구조·조경·건축디자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IPARK현대산업개발도 광명 하안주공 6·7단지 재건축 사업을 위해 미국 글로벌 건축·디자인 기업 겐슬러(Gensler)와 협업에 나섰다. 하안주공 일대 정비사업 가운데 대규모 통합 재건축 사업의 상징성을 고려해 글로벌 설계 역량을 앞세워 차별화된 단지 상품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다. 겐슬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글로벌 건축·디자인 기업으로 엔비디아 본사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중국 상하이타워 등 대형 프로젝트 설계에 참여했다.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건설사들이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외관과 조경이 단지의 첫인상을 형성하고 입주 이후에도 단지 이미지를 좌우하는 만큼 상품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노후 아파트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차별화된 신축 단지가 지역 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커진다.
외관 특화 경쟁은 지방 분양시장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경남 진주시 이현동에서 공급된 '포레나힐스테이트 진주'는 외관과 조경을 차별화한 사례다. 182가구 모집에 3849명이 신청해 평균 21.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외관에는 한화건설의 디자인 특화 요소인 '포레나 비스타'를 적용해 입면에 입체감을 주고, 단지 진입부에는 '포레나 저니' 콘셉트의 문주를 적용했다. 중앙광장과 수공간, 커뮤니티 공간을 연결하는 조경 설계도 적용됐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최근 지방 분양시장에서도 단순히 브랜드나 입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외관과 조경, 커뮤니티 등 실제 단지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평가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외관과 조경은 입주 이후에도 단지 이미지를 형성하는 요소인 만큼 지역 내 랜드마크 단지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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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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