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 저유동성···거래대금 1억원 미만 ETF 급증비슷한 테마 상품 경쟁적 출시, '전시용 ETF' 우려시가총액 상위 10개 ETF, 시장 점유율 25.9% 집중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100개를 넘어섰지만 자금과 거래는 일부 대형 상품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비슷한 테마의 ETF를 잇달아 내놓는 사이 하루 거래대금이 수백만원에 그치거나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상품도 함께 늘고 있다.
상반기에만 99개 상장···반도체 상품이 3분의 1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상장 ETF는 총 1146개, 이들의 시가총액 합은 438조84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하루 거래대금이 1억원을 밑돈 ETF는 전체의 29.8%인 342개였다. 이 가운데 거래대금이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상품은 123개였고 거래가 한 건도 체결되지 않은 상품도 5개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 새로 상장한 ETF는 99개다. 반도체 테마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관련 채권혼합형 상품 등을 합친 반도체 관련 ETF가 32개로 전체의 32.3%를 차지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주가 상승기에 투자자의 관심이 몰린 분야를 중심으로 운용사들이 유사 상품을 집중적으로 출시한 결과다.
상품 수는 빠르게 늘었지만 투자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ETF도 누적됐다. 올해 기준 이전에 상장해 있던 ETF 1039개 중 첫 거래일인 1월 2일부터 지난 20일까지 누적 거래대금이 100억원에 미치지 못한 상품은 138개였다. 누적 거래대금이 10억원을 밑돈 상품도 17개로 집계됐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거래가 정지된 러시아 관련 ETF나 기관투자자의 장기 보유 수요를 겨냥한 일부 채권형 상품 등 장내 거래가 적을 수밖에 없는 사례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거래 참여자가 줄면 매수·매도 호가 간격이 벌어지고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과 가격에 매매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이 아니라 6개월 이상 거래대금이 저조한 흐름이 이어졌다면 투자자의 관심에서 벗어난 상품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국내 ETF 시장은 투자 주제와 선호가 빠르게 바뀌는 만큼 거래대금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비정상적인 상품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KODEX200 하나가 하위 724개보다 커
시장 내 자금 집중도도 높았다. 전날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ETF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9%였다. 시가총액 1위인 KODEX200의 규모는 23조5359억원으로 하위
723개 ETF의 합계인 23조4961억원보다 컸다. 전체 상품의 63.1%를 합쳐도 가장 큰 ETF 한 종목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개별 상품에서도 저유동성에 따른 가격 괴리 사례가 나타났다. 2024년 8월 상장한 'PLUS 글로벌AI인프라'의 전날 기준 시가총액은 약 30억1800만원에 그쳤고 당일 거래대금도 약 677만원에 머물렀다.
이 상품은 상장 한 달여 만인 2024년 9월 20일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NAV)보다 2.20% 낮아지며 괴리율 초과 공시가 발생했다. 올해 2월 3일에도 시장가격은 1만6405원에 머문 반면 NAV는 1만6845.54원으로 집계돼 괴리율이 마이너스 2.61%까지 벌어졌다.
'RISE 국채선물5년추종'은 전날 거래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1월 2일부터 전날까지 누적 거래량은 2023주, 누적 거래대금은 약 1억300만원에 불과했다. 거래일 기준 하루 평균 거래대금으로 환산하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ETF 상품 확대가 선택지를 넓히고 세분된 투자 수요를 충족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운용사는 소규모 상품에도 지수 사용료와 수탁·사무관리비, 상장 유지비, 유동성공급자(LP) 관련 비용 등을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ETF 시장의 외형이 커진 만큼 신규 상품 공급뿐 아니라 상장 이후 운용과 저유동성 상품 관리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거래대금이 낮은 상품은 대체로 규모가 작고 성장 속도도 더딘 경우가 많지만 점유율 경쟁 때문에 상장폐지를 미루는 것은 아니다"라며 "규정에 따른 상장폐지가 아닌 자진 상장폐지는 운용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적은 규모라도 해당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의 선택권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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