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집단 이익의 작용과 반작용, 그리고 ESG라는 균형의 원리

전문가 칼럼 류영재 류영재의 지속가능 경제

집단 이익의 작용과 반작용, 그리고 ESG라는 균형의 원리

등록 2026.07.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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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제3법칙은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다. 한 물체가 다른 물체에 힘을 가하면, 상대는 그 힘과 같은 크기이되 반대 방향의 힘으로 되돌려준다. 로켓이 연료를 태워 가스를 아래로 분출할 때 로켓이 위로 떠오르는 것도 이 원리로 설명 가능하다.

이 물리학의 원리는 정치·경제·사회 현상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린 기업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업에는 늘 여러 이해관계자가 공존한다. 주주, 종업원, 협력사, 고객, 채권자, 규제당국이 그렇다. 기업의 장기 경쟁력은 결국 이들 사이의 공조와 절충, 그리고 상호 신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은 본래 다양한 이해를 조정해 공동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조직이지, 어느 한 집단의 몫만을 극대화하는 결사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정 집단이 자기 이익만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한 집단이 자기 몫을 강하게 주장하면, 다른 집단 역시 그 강도만큼 맞대응하려 든다. 그러면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은 협력의 과정이 아니라 힘겨루기의 과정으로 변질된다. 작용이 반작용을 낳고, 그 반작용이 다시 더 큰 작용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길어지면 기업은 이해관계자 간의 파이 나누기 싸움의 전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각 집단이 자기 논리에 매몰될수록 상대의 논리는 들리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그때부터 갈등은 어느 한쪽이 먼저 물러서면 지는 '치킨게임'이 되거나, 서로 자기 정당성만 되풀이하는 '치킨-에그식 순환논쟁'이 되기 쉽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미래를 설계하는 데 써야 할 시간과 자원을 갈등 관리와 분쟁 비용에 소모하게 된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사례가 그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에서는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둘러싸고 노사 간에 큰 갈등이 있었고, 이후 성과급 재원을 사업성과의 10.5% 수준으로 두는 합의가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존 성과 인센티브까지 합하면 성과급 구조가 약 12% 수준에 이른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여기서 논란은 단지 노사 간 배분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이 정도 규모의 성과급 구조가 주주가치와 자본배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주주행동 플랫폼을 통해 국민연금에까지 의견을 전달했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대규모 성과급 구조가 사실상 기업 이익의 중요한 배분 문제라면, 단순한 노사 합의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주주권과의 관계 속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처럼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가 수탁자 책임 차원에서 이 사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압박도 뒤따르고 있다. 실제로 이 사안은 주주총회 승인 필요성, 자사주 활용 방식, 이사회 판단의 범위 등을 둘러싸고 법적·제도적 쟁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물론 여기서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노조의 입장에서는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고, 주주의 입장에서는 배당과 자본배분의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가진다. 그러나 문제는 각자의 논리가 정당하다는 사실이 곧 각자의 방식이 기업 전체에 유익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데에 있다.

만약 주주 측 압박이 성과급 지급의 지연이나 축소로 이어진다면 노조 역시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노조의 강경 대응이 장기화하면 주주들 또한 주주권 행사 강도를 높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종업원과 주주 사이의 충돌은 상대를 제압하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소모시키는 상호 자해적 게임으로 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장기적 경쟁력이 훼손되면 결국 피해는 어느 한쪽만의 몫이 아니다. 종업원도, 주주도, 협력사도, 궁극적으로는 기업 자신도 함께 손실을 입게 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나는 그 답을 ESG경영의 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ESG경영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세 항목을 관리하는 기술적 체크리스트에 그치지 않는다. 그 본질은 한 배를 탄 이해관계자들이 단기적 승패가 아니라 장기적 공존의 조건을 함께 설계하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ESG경영은 이해관계자 간의 공조와 절충을 통해 장기적으로 상호 윈윈의 기반을 만드는 경영 방식이다.

여기서 핵심은 '장기'라는 시간축이다. 단기적으로만 보면 종업원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곧바로 주주의 몫을 줄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양측은 쉽게 제로섬 게임의 틀에 갇힌다. 그러나 시야를 조금만 길게 가져가면 그림은 달라진다. 직원의 사기, 몰입, 숙련, 조직 신뢰, 혁신 의지가 생산성과 품질, 나아가 매출과 이익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주주가치에 반영된다. 반대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도 종업원의 신뢰와 동기, 조직 안정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즉 장기적으로 보면 종업원 이익과 주주 이익은 서로 완전히 대립하는 항이 아니라 상당 부분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물론 이런 선순환은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어떤 보상체계가 실제로 생산성과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려면 그것이 공정성, 책임성, 지속가능성의 원리 속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성과급이 단순한 분배의 승리가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와 연동된 제도로 인식될 때에만 이해관계자 간의 신뢰도 생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ESG적 관점이 필요하다.

결국 문제는 많은 갈등이 '단기적으로만' 사안을 보기 때문에 커진다는 데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사람들은 1차 효과만 본다. 누가 얼마를 가져가느냐, 당장 내 몫이 줄었느냐 늘었느냐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기업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2차, 3차의 간접 효과가 있고, 갈등이 누적되었을 때 생기는 보이지 않는 비용도 있다. 무엇보다 단기 논리에만 갇히면 자기 진영의 이해와 논리에 과몰입하게 되고, 그 결과 기업 전체의 경쟁력이라는 더 큰 목적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노조도 'ESG 노조'가 될 필요가 있다. 노조가 기업에 늘 요구해온 복지, 작업장 안전, 노동조건, 지속가능한 거버넌스의 가치를 자신들의 행동 원리 속에서도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기 권리의 주장만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타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까지 함께 고려하는 노조여야 한다.

주주 역시 'ESG 주주'가 되어야 한다. 책임투자란 단순히 오래 보유하는 투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의 재무성과뿐 아니라 ESG와 같은 비재무 요소도 함께 고려하고, 주주권 역시 단기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장기 기업가치와 공동체적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사하는 것이다. 스튜어드십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이해관계자 정치가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닮았다면, ESG경영은 그 충돌을 끝없이 증폭시키는 원리가 아니라 과도한 힘을 흡수하고 조정해 시스템을 다시 균형으로 되돌리는 원리에 가깝다. 물리학의 언어를 빌리자면, 그것은 단순한 반작용의 법칙이 아니라 과열된 힘을 제어해 동적 평형을 회복시키는 원리다.

기업은 싸워서 이기는 집단들의 합이 아니라,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의 공동 운명체다. 각자가 자기 몫만을 외칠수록 기업은 약해지고, 각자가 자기 몫을 넘어서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할수록 기업은 강해진다. 지금 우리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더 큰 작용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균형감각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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