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넘어 D램·낸드까지 번진 AI 효과공급 부족이 만든 메모리 가격 결정력69조 순현금·40조대 설비투자 여력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 76%라는 기록을 세웠다. 매출 100원 중 76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감가상각 부담을 안고 가는 반도체 제조업에서 보기 드문 수치인 만큼 시장은 사상 최대 실적보다 이례적인 수익성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9일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영업이익률은 전 분기보다 4%포인트 상승한 76%로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도 81%를 기록했다.
통상 메모리 산업은 높은 수익성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호황기에 가격이 오르면 경쟁사들의 증설이 이어지고 공급이 늘면서 가격 하락과 수익성 악화가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이번 기록은 기존 메모리 업황과 다른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비결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 메모리가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부가 제품 수요가 급증했고 SK하이닉스는 HBM3E 공급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익성이 높은 제품 중심의 판매 구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76%라는 숫자를 만든 것은 HBM만이 아니다.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이 이익 규모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HBM은 높은 단가와 마진을 가진 제품이지만 생산량이 제한적인 반면 범용 메모리는 출하 규모가 커 가격 상승이 전체 실적 개선으로 빠르게 연결된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실적 배경으로 HBM과 AI 서버용 D램, 기업용 SSD(eSSD) 판매 확대와 함께 D램·낸드 가격 상승을 꼽았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D램과 낸드 모두 전 분기에 이어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기록했고 서버용 D램과 eSSD 등 AI 관련 제품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AI 수요가 특정 제품을 넘어 메모리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과거와 다른 부분이다. AI 서버에는 HBM뿐 아니라 대용량 D램과 고성능 SSD가 함께 탑재된다. AI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데이터 처리량이 증가하면서 서버용 메모리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공급 측면의 변화도 수익성을 뒷받침했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HBM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 여력이 제한됐고 이에 따라 D램과 낸드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과거처럼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하는 흐름과 달리 AI 투자 확대와 제한적인 공급이 맞물리는 시장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성 개선은 재무 체력 강화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88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33조6000억원 증가했고, 순현금 규모는 69조4000억원까지 확대됐다. 확보한 현금은 HBM4 증산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첨단 패키징 투자 등 미래 경쟁력 확보에 투입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을 단순한 호황이 아니라 메모리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 과거 메모리가 경기 변동에 따라 움직이는 부품이었다면 이제는 AI 인프라를 구성하는 핵심 자산으로 역할이 바뀌면서 수익성의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HBM만 부족한 시장이었다면 지금은 서버용 D램과 낸드까지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AI가 메모리 소비 구조를 바꾸면서 이번 사이클은 이전보다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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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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