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美선 '친환경 제련소'라던 영풍···국내선 정화자료 공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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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선 '친환경 제련소'라던 영풍···국내선 정화자료 공개 막았다

등록 2026.07.30 10:41

김제영

  기자

경북행심위, 오염토지 정화 계획 공개 판결정보공개 소송·과징금 등 관리 투명성 도마 위정화공법·검증결과까지 주민 공개 요구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석포제련소 폐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2025.7.1 사진=연합뉴스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환경보건시민센터 영풍석포제련소 폐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2025.7.1 사진=연합뉴스

미국에서 석포제련소를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라고 홍보한 영풍이 국내에서는 오염토지 정화 현황과 이행계획 공개를 막아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풍은 관련 자료가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경상북도행정심판위원회는 주민 건강과 환경 보호를 위한 공익성이 더 크다며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영풍은 앞서 환경 개선과 토양 정화 등에 필요한 비용을 회계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위원회로부터 20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환경 관리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국내에서는 환경 관련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업계와 경북행정심판위원회 재결 내용을 종합하면 경북행심위는 최근 경북 거주자 A씨가 봉화군을 상대로 제기한 석포제련소 관련 정보 부분공개 처분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A씨는 지난 1월 봉화군에 ▲석포제련소 내·외부 토양정화 업체 계약 현황 ▲오염토양 정화 이행 현황 ▲내부 오염토양 정화기간 연장 근거 ▲정화 명령 기한 경과 이후 조치 내역 등의 공개를 요청했다.

해당 자료는 석포제련소 주변 오염토양 정화 작업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화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정보다.

봉화군은 정보공개 청구 사실을 영풍 측에 전달했고 영풍 석포제련소는 관련 자료를 모두 비공개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토양정화 검증자료에 제련소 건물과 설비 위치 등 기업 관련 정보가 포함돼 있고 토양 정화 방법과 절차 역시 영풍과 외부 정화업체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오염토지 정화이행계획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내부 검토 자료라는 이유로 공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봉화군은 영풍 의견을 일부 반영해 일부 자료만 공개하고 정화 작업의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토양정화 검증자료와 오염토지 정화이행계획서 등 핵심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봉화군의 정보 부분공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경북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경북행심위는 영풍과 봉화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심위는 제련소 건물이나 설비 위치가 외부에 공개돼서는 안 되는 고도의 경영·영업상 비밀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정보 공개가 영풍의 정당한 이익을 어떻게 현저하게 침해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토양정화 검증자료는 오염토양 정화 작업이 법적 기준에 맞게 완료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염 발생 책임이 있는 기업이 정화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주민들이 확인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 주민의 건강과 안전 확보라는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오염토지 정화이행계획서 역시 단순한 기업 내부 문서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해당 자료에는 석포제련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토양오염을 어떤 방식과 범위, 일정에 따라 정화할 것인지가 담겨 있어 주민의 생명과 건강, 재산 보호와 직접 연결된다는 이유다.

행심위는 자료 일부에 민감한 시설 정보나 비용 내역이 포함돼 있더라도 전체 자료를 비공개할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개가 필요한 환경 관련 정보와 보호가 필요한 기업 정보를 구분해 공개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정화 공법과 범위, 정화 기간, 오염도 측정 결과, 검증 결론 등 환경 관리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 판단은 영풍이 최근 미국에서 강조한 친환경 이미지와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앞서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통합제련소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 지원 리셉션을 개최했다.

이 사업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추진하는 미국 내 핵심광물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로, 영풍과 MBK는 유상증자 방식 등 사업 추진 방향에 반대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행사에서 장세환 영풍이앤이 부회장은 자신을 '영풍그룹 부회장'으로 소개하며 석포제련소를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회장은 영풍이 2019년부터 환경 개선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고 그 결과 석포제련소가 친환경 제련소로 변화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풍은 환경 관련 회계 처리 문제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이력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영풍이 환경 개선과 토양 정화 등에 필요한 충당부채를 과소계상하는 등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며 20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환경오염 행위 자체에 대한 과징금이 아니라 환경 복구 비용을 재무제표에 적절하게 반영했는지를 둘러싼 회계 위반에 따른 제재다.

금융위는 당시 전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해임 권고 상당의 조치를 내렸다. 회계처리 기준 위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고의' 판단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심위 결정이 기업의 환경 정보 공개 범위를 둘러싼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경 관련 정보는 주민들의 건강과 재산 보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반적인 영업비밀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며 "친환경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일수록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풍은 과거에도 석포제련소 환경 정보를 둘러싼 공개 논란을 겪었다.

지난 2020년 경상북도가 제련소 내 침전저류조 관련 정보 공개를 거부하자 경북 영풍석포제련소 공동대책위와 함께하는 법률대응단이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에도 공개 거부 사유로 영풍의 경영·영업상 비밀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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