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예탁금 상향···투자한도·거래비용 부과 검토운용사·LP, 종가 매매 분산하고 거래 규모 축소4종 평가손실 9조8000억원···시장 안정 효과 글쎄
정부와 금융투자업계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본예탁금 상향과 리밸런싱 거래 분산, 추가 규제 검토까지 잇달아 내놓으며 변동성 차단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외국인 수급과 반도체 업황 등 근본 변수에 대한 접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고 이를 현금으로만 인정한다. 전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는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과 과도한 주문에 대한 거래비용 부과, 모의거래 도입 등 추가 대책도 논의됐다. 급격한 시장 변동 시 레버리지 배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 역시 검토 대상에 올랐다.
같은 날 업계도 상품 운용 방식 개선에 나섰다. 금융투자협회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운용사 8곳과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맡은 증권사 8곳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고 자율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업계는 종가 부근에 집중되던 리밸런싱 거래를 장중과 장 마감 후로 분산하고, LP 증권사의 거래 규모도 축소하기로 했다. 아울러 상품 가격이 실제 자산가치(NAV)에서 과도하게 괴리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투자위험 안내도 강화할 방침이다.
장 마감 리밸런싱 줄여 수급 쏠림 완화
정부와 업계의 대응은 최근 증시 급락 과정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과 종가 부근 리밸런싱 주문 쏠림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본격화됐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은 레버리지 상품의 낙폭을 키웠다. 전날 주요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은 20% 안팎으로 급락했다.
관련 상품에 유입된 자금 규모가 컸던 만큼 손실도 빠르게 불어났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김주연 연구원에 따르면 KODEX·TIGER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4종에는 누적 16조1000억원이 순유입됐지만, 평가손실이 9조8000억원에 달하면서 지난 28일 순자산총액은 6조3000억원까지 줄었다.
더불어 운용사의 매매가 종가 수급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하루 주가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한다. 운용사는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매일 기초주식 보유량을 조정한다. 통상 주가가 오르면 기초주식에 대한 노출을 늘리고 하락하면 줄이는 리밸런싱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주문이 종가 부근에 몰리면 현물주가의 움직임을 확대할 수 있다.
수급 과열은 진정되지만 증시 방향 전환은 '별개'
다만 시장에서는 거래 방식 개선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외국인 수급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 변수의 영향을 함께 받는 만큼 레버리지 상품 규제만으로는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총액이 이미 감소세로 돌아선 데다 국내외 규제도 본격화하고 있어 과도한 수급 쏠림은 완화될 수 있다"며 "다만 최근 증시 조정은 펀더멘털보다 수급 요인의 영향이 컸던 만큼 규제만으로 시장 방향까지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과 성과 부진이 이어질 경우 투자 수요가 해외시장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투자자보다 위험 선호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미국에는 개별주식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품도 다양해 국내 증시의 변동성과 성과 부진이 이어질 경우 자금이 오히려 빠져나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규제의 성패는 레버리지 배율 조정 기준과 투자자 보호 장치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 급변 시 레버리지 배율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방안은 안전장치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지만 발동 기준이 불명확하면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종목 변동률과 거래량 등 객관적인 기준을 사전에 제시해야 한다"며 "적합성 심사와 사전 교육을 강화하고 운용사의 리밸런싱 공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문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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