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생산거점 인도·필리핀·베트남 확대미국 조선소 현대화로 수익성 강화함정 MRO·조선 기술 수출 사업 본격화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발판으로 글로벌 조선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시아 생산거점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 조선소 현대화 사업까지 보폭을 넓히며 선박 건조를 넘어 함정 MRO(유지·보수·정비)와 조선 기술 수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42조113억원, 영업이익 6조95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5%, 영업이익은 186.9% 증가했다. 특히 상반기 영업이익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조996억원)을 8598억원 웃돌며 반년 만에 전년도 실적을 넘어섰다.
2분기 실적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매출은 22조4094억원, 영업이익은 4조12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0.2%, 262.2% 증가했다. 조선을 비롯해 정유,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주요 사업 부문이 고르게 실적을 개선하며 그룹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정기선 회장은 이 같은 실적을 기반으로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와 신규 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조선 부문 수익성을 토대로 인도·필리핀·베트남을 연결하는 아시아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미국에서는 조선소 현대화 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해외 사업장을 직접 챙기며 국내 조선소와 해외 생산거점을 연계하는 글로벌 생산체계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전략의 핵심은 국내와 해외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국내 조선소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함정 등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에 집중하고, 해외 거점은 표준 상선 건조와 현지 시장 대응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단순 선박 수출에서 벗어나 현지 건조는 물론 함정 MRO와 조선소 설계·운영 기술 수출까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를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필리핀과 베트남의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1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조선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HD현대는 현재 인도 국영 코친조선소와 설계·기자재 조달·생산성 향상·인력 양성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타밀나두주에서는 합작 조선소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상선과 함정, MRO를 아우르는 복합 생산거점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빅조선소에서 상선 건조를 본격화하는 동시에 현지 군수지원센터를 통해 필리핀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와 부품 공급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16년 이후 필리핀에서 호위함과 초계함 등 총 12척의 함정을 수주했다.
베트남은 해외 생산능력 확대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HD현대베트남조선의 연간 건조 능력을 현재 15척 수준에서 2030년 23척까지 확대해 필리핀과 함께 표준 상선 생산을 분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조선소의 도크와 인력 부담을 줄이고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와 연계한 조선소 현대화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프레이저 인더스트리와 협약을 맺고 조선소 배치 설계부터 로봇·자동화 설비 도입, 생산공정 최적화,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운영체계 구축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축적한 조선소 설계와 운영 노하우를 미국 조선업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글로벌 조선 전략이 국내 조선소의 생산능력 한계를 보완하는 동시에 각국의 조선산업 육성과 방산 현지화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평가한다. 해외 생산거점을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안착시키고 국내 조선소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향후 성패를 좌우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의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는 국내 조선소의 도크 부족과 인력난을 보완하는 동시에 현지 발주와 방산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앞으로는 해외 거점의 생산성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고 국내 생산체계와 효율적으로 연계하느냐가 글로벌 조선 경쟁력과 수익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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