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LTV에 국고채 담합 조사까지···'조 단위' 과징금 리스크 직면3대 악재 모두 걸린 국민·하나···충당금 회계 처리에 하반기 향방 교차CET1 비율 악화 시 대출 문턱 높아져···실물경제 자금 공급 위축 우려도
은행권이 동시다발적인 제재 위기에 직면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정보공유 담합에 이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국고채 입찰 담합 조사까지 잇따르면서 역대급 실적발표 뒤 곧바로 제재 리스크를 만나 긴장하는 분위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말 전원회의를 열어 15개 국고채 전문딜러(PD) 금융사의 국고채 입찰 담합 사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15개 PD사는 교보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사 10곳과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하나은행, 산업은행 등 은행 5곳이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국고채 입찰 담합 건의 과징금 규모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 행위는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보고 있어, 담합 추정 규모 76조2000억원에 10.5~20%의 과징금을 부과하면 최대 약 15조24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산정이 가능하다.
이중 은행 5곳의 입찰규모가 13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은행권에 부과되는 과징금은 2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 사안은 증권사가 메인이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증권사 대응이 중심이 될 것 같다"며 "향후 확정되는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단발성 아닌 중첩된 악재···충당부채만 1조원 상회
일단 은행권 내부적으로는 이번 리스크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맞닥뜨린 행정제재 이슈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와 LTV 담합 사건 제재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고채 담합 조사까지 악재가 중첩됐다. 금융위원회는 6000억원 수준까지 낮아진 홍콩 ELS 제재안에 대한 결론을 짓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데다 '2720억원 규모' LTV 과징금 처분건은 행정 소송 절차가 진행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3대 제재 이슈로 인해 은행권 전체가 쌓아야 할 충당부채 규모만 1조원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눈길을 모으는 대목은 제재 리스크의 집중도다. 신한·우리·NH농협 등 타 시중은행들도 일부 이슈에 연루돼 있으나, 3대 제재 이슈 모두에 과징금 부과 대상에 이름을 올린 곳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두 곳이다.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선두 다툼을 벌여온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고강도 제재 이슈에 동시다발적으로 휩싸이면서 하반기 '리딩뱅크'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막대한 과징금 부과와 이에 따른 충당부채 반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콩 H지수 ELS 관련 제재금 변수는 올해 상반기에도 리딩뱅크 향방이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냈다. 수익성 지표보다는 일회성 비용에 따라 순위권이 변동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리딩뱅크 자리를 뺏긴 KB국민은행은 3위까지 떨어졌다. 당시 신한은행과의 격차는 561억원 수준이다. 이는 KB국민은행이 홍콩 ELS 과징금과 관련 지난해 말 3350억원을 반영한 데 이어 1분기에도 추가로 976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쌓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2분기에도 금융감독원이 과징금 총액을 1조4000억원에서 6000억원 안팎으로 대폭 줄이기로 가닥을 잡자, 신한은행은 곧바로 837억원 규모의 충당부채를 환입 처리하면서 1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환입을 미루는 등 보수적 접근을 택했다.
사실상 실적의 방향이 회계 처리와 리스크 대응 방식에서 갈리면서, 과징금과 충당금이 해소되는 시점에 따라 순위가 언제든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출 자금줄 위축 우려···행정소송 등 감경 총력전
'조단위' 과징금 폭탄은 은행의 핵심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에도 직접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이는 곧 전반적인 대출시장의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은행권은 그동안 건전성 관리를 위해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수준으로 관리해왔다. 하지만 조단위 과징금을 받게 되면 위험가중자산(RWA)이 불어나고, CET1 하락으로 연결돼 은행의 자본건전성과 유동성 공급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ELS 관련 과징금 규모를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감경하자, 정부의 강력한 포용·생산적금융 기조 등을 모두 고려한 복합적인 셈법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 공급이 필요한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과징금 폭탄이 떨어지면 은행의 자본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실물경제로 돌아가는 공급을 조이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LTV 정보교환 담합 사건에 이어 이번 국고채 담합 건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감경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담합) 관련 매출을 낙찰액으로 할지, 영업수익으로 할지 논란이 있는 데다가 금융사들은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과징금 규모가 관건일 텐데 만약 제재 수위가 클 경우 행정소송 가능성 등을 자체 판단해 손익에 반영되는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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