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도 투자자도 답답...내년 가상자산 제도 대전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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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투자자도 답답...내년 가상자산 제도 대전환 시험대

등록 2026.08.14 14:23

한종욱

  기자

신고 심사 대폭 강화로 시장 구조 재편 예고과세, 손실 상계 불가·이월공제 미적용 논란법·제도 정비 지연, 글로벌 경쟁력 저하 우려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사업자 심사와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갈수록 무거워지면서 규제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용자에게 적용할 과세 기준이 터무니없다 보니 해외 이탈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는 규제만 앞세울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장을 위한 법·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가상자산 사업자 A씨)

이달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과 내년 가상자산 과세 도입을 앞두고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이 제도 전환의 분기점에 섰다. 사업자 진입·영업 요건은 촘촘해지는 반면, 투자자 과세를 위한 세부 기준과 인프라는 여전히 불명확해 규제와 세제의 속도 차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오는 20일부터 개정 특금법 일부를 시행한다. 핵심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신고제 강화다. 최대주주와 주요주주까지 심사 범위가 넓어진 데다 이들의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위반 이력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일괄 규제 강화에 비용↑···신고 심사 쏠려


재무·조직 요건도 한층 엄격해진다.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조정 부채비율 200%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기존 사업자에 한해서는 1년 유예가 적용되지만 유예 후에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직권 말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인적, 물적 기준도 높아졌다. 이제부터 사업자는 자금세탁방지(AML) 업무 인력을 준법감시인과 보고책임자를 포함해 4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 침입탐지·차단 시스템, 방화벽, 백업 및 재난 대응체계, 인터넷과 분리된 가상자산 보관 설비도 갖춰야 한다.

법령준수 체계 변경 역시 사후 신고에서 사전 신고로 바뀐다. AML 인력 급감과 같은 핵심 변화도 사전 신고 대상이 된다.

시장 신뢰 회복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부실 사업자와 불투명한 지배구조, 불법자금 유입 가능성을 조기에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형 사업자와 중소 사업자 간 대응 여력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인적, 물적 확충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경우 국내 사업자 수가 줄고 서비스가 소수 대형사에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업권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부재한 탓에 시장의 혼선은 확대되고 있다. 특금법 개정안을 앞두고 업계에서 가상자산 사업자 심사·신고 준비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정 특금법을 기준으로는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선스 발급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업계의 인식"이라며 "미국의 경우 지니어스법 이후 친화적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업권법에 대한 제정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세 체계, 투자자 해외 엑소더스 부추긴다


여기에 투자자에게 직접 적용될 과세 체계가 이 같은 규제 정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현행 소득세법상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연간 250만원을 공제한 뒤 초과분에 국세 20%,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총 22%가 과세된다. 2027년 발생한 소득은 2028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신고·납부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표면 세율만 보면 해외주식과 유사하지만, 손실 처리에서는 격차가 크다. 해외주식은 전년도 손실을 최대 5년간 이월해 이후 이익과 상계할 수 있는 반면 가상자산 소득에는 손실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한 투자자가 2027년 2000만원 손실을 본 뒤 2028년 1500만원 수익을 냈다면, 손실을 상계하지 못한 채 1250만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변동성이 큰 자산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30대 투자자 김모 씨는 "시장도 하락세고 과세를 하게되면 투자 수요는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며 "투자하는 형태는 주식과 같은데 왜 코인만 과세를 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전 거래 급증 위기···규제 부작용 고려해야


해외 이전 거래 확대도 정책 부담이다. 금융당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해외 가상자산 이전 거래 규모는 107조원으로 상반기보다 6% 증가했다.

트래블룰 확대가 개인지갑 및 해외 거래소와의 입출금 과정에서 지갑 소유 확인과 거래 목적 확인 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경우, 이용자 편의 저하와 해외 플랫폼 이동이 맞물릴 수 있다.

정치권의 입장도 변수다. 과세 유예에 대한 국민 청원이 5만명을 돌파하며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가운데 국민의힘은 과세 조항을 삭제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추진하며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지난 10일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 시행일을 현행 2027년 1월 1일에서 오는 2030년 1월 1일로 3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의 김상훈 의원도 과세를 2029년까지 유예하는 취지의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을 아시아의 핵심 시장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높은 유동성과 거래 참여도"라며 "지금은 전통 금융권도 온체인 사업을 검토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단순 투기를 넘어 금융 인프라의 미래를 만드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과세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온체인 사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한국의 유동성은 단기 투기로 소진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고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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