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수주잔고 178조···연말 200조 전망韓 생산능력 한계···中 LNG선 수주 확대함정·해양·데이터센터로 사업영역 확장
국내 조선 3사의 수주잔고가 200조원을 향하고 있다. 일감은 넘치지만 생산능력은 한정돼 있다. 이미 3~4년치 건조 물량을 확보하면서 추가 수주에도 제약이 생겼다. 국내 조선사들이 수익성 높은 선박을 골라 받는 사이 중국 조선사들은 빈 물량을 파고들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올해 7월까지 159억7300만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8% 증가했다. 연간 목표의 78.2%를 달성했다. 상선 수주액은 126억8700만달러로 연간 목표의 110.6%를 넘어섰다.
삼성중공업도 7월까지 102억달러를 수주했다. 연간 목표 139억달러의 73%다. 상선 수주액은 58억달러로 연간 목표를 이미 초과했다. 한화오션은 같은 기간 52억달러를 수주했고, 이 가운데 상선이 40억7000만달러를 차지했다.
수주잔고는 더 두껍다. 7월 말 기준 HD현대중공업은 606억8100만달러, 삼성중공업은 354억달러, 한화오션은 338억6000만달러를 확보했다. 3사 합계는 약 1300억달러로 원화 178조원을 웃돈다. 올해 말에는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수주잔고가 쌓이면서 조선사들의 수주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도크를 채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지금은 제한된 도크를 어떤 선박에 배정할지가 중요해졌다.
LNG운반선처럼 선가와 수익성이 높은 선박은 적극적으로 수주한다. 반면 수익성이 낮거나 건조 일정이 맞지 않는 물량은 선별한다. 추가로 수주해도 실제 건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조선사가 받지 못한 물량을 중국이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선박중개업체 반체로 코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LNG운반선 수주는 한국이 39척, 중국이 12척이었다. 올해 7월 초 기준으로는 중국이 34척으로 한국의 32척을 앞섰다.
중국이 기술력에서 한국을 넘어섰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고부가 선박을 반복해서 건조하면 납품 실적과 운항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선주들의 신뢰를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도크와 대형 크레인 등 핵심 설비를 확충하려면 수천억원의 투자비가 필요하다. 설비를 갖추고 실제 생산에 투입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변수다. 증설이 끝난 뒤 발주가 줄면 늘어난 생산설비가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수주잔고만 보고 공격적으로 증설하기 어려운 이유다.
조선 3사는 기존 생산능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 공장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기존 기술과 설비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대상이다.
HD현대중공업은 상선 기술을 함정과 발전설비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헌팅턴잉걸스와 무인수상정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조선소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선박 엔진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사업에도 진출했다.
한화오션은 미국 방산·함정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2024년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오스탈USA 지분 인수도 타진하고 있다. 1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본격화하면 미국 현지 생산과 함정 사업 확대에도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FLNG와 부유식 데이터센터(FDC)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올해 FLNG 2기를 수주했고 미국에서 FDC 기본·상세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K-조선의 고민이 '수주 확대'에서 '생산능력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도크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수익성 높은 선박에 생산능력을 배분하고, 남는 생산 여력과 기술을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잔고만 보고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리면 향후 발주가 감소했을 때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장기적인 발주 흐름과 선종별 수익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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