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로 평가받지만선출권력이라고모든 권한 위임 아냐

기업 CEO와 대통령의 리더십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The Effective Executive』(한국어판 『자기경영노트』)에서 조직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판단을 해야 하는 사람은 직급과 관계없이 모두 Executive라고 말한다. 책의 내용을 감안하면 성과창출책임자라고 번역할 수 있다. 보다 쉽게 표현하면 모두가 자기 업무의 CEO라는 뜻이다.
조직의 성과는 이들이 자신의 일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드러커는 공공·민간 조직을 망라해 모든 조직의 성공은 성과창출 책임자들이 자신의 일을 개선·개발·혁신해서 스스로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가 될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를 국가라는 조직으로 본다면 대통령뿐 아니라 모든 장차관, 국·실·과장들이 지식근로자가 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성과지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CEO와 대통령의 리더십은 크게 다르지 않다. CEO는 기업가치, 수익, 성장 등 경영성과로 평가받는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성장, 집값, 일자리, 안전, 국방, 외교 등에서 드러나는 실체적인 성과로 대통령을 평가한다. 두 사람 모두 최고책임자로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원을 배분하며,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결과에 책임을 진다.
다만 난이도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기업의 목표함수는 비교적 명확하다. 지속가능한 수익을 내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목표를 세우고, 적재적소에 적임자를 배치해 성과를 올리면 된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목표지향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지휘한다고 해서 성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말이 있다. '선출권력'이라는 말이다. 국민이 선출했으니 지존이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모두 선출권력에 복종해야 한다는 게 그 요체다.
과연 그럴까? 김영삼 대통령 이후 투표한 국민의 과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51.55%). 이재명 대통령은 49.42%였다.
투표한 국민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았다. 선거의 승리가 국정 전반에 대한 무제한의 위임장은 아니라는 뜻이다.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자신의 정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62%가 넘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지만 이를 국가권력을 독점할 권리로 해석하지 않았다. ANC 당원이 아닌 남아공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선언했다. 헌법상 재선이 가능했지만 스스로 두 번째 임기를 추구하지도 않았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어려운 것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까지 포용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 충돌하는 복수의 가치들을 포용하고 조정해야 한다. 고난도 직업임에 틀림없다.
CEO의 핵심 능력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성과 창출이라면 대통령의 핵심 능력은 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가치를 조정하고, 절반의 국민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총체적 후생을 위해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절제할 수 있는 능력, 자기절제력이다.
대통령의 절제력은 국민을 대할 때뿐만 아니라 행정부를 지휘할 때도 필요하다. 대통령이 전지전능한 CEO처럼 모든 사안에 대해 답을 내놓는다면 장차관과 공직자들은 자기 업무에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 판단하는 성과창출 책임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시를 기다리는 대리인이 된다.
대통령의 소셜미디어는 이제 모든 공직자들의 교과서가 된 모양새다. 공직자들에게 대통령의 게시물은 시간과 관계없이 챙겨봐야 하는 과업이 되었다.
근무 외 시간의 소셜미디어나 이메일 지시행위, 즉 상시연결문화(Always-on culture)는 기업에서도 더 이상 베스트 프랙티스가 아니다. 과거에는 24/7 리더십이라고 칭송받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직원들의 쉴 권리뿐 아니라 자율적 판단과 업무집중을 해친다는 이유로 배척받기 시작했다. 대통령 자신이 밤에 일하는 것과 공직자들이 밤에도 대통령의 게시물을 확인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과 CEO는 모두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그러나 결과를 창출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CEO는 필요하면 사람을 바꾸고 조직을 한 방향으로 정렬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는 생각이 다른 국민도 똑같은 국민이다. 국민을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좋은 대통령 리더십의 핵심은 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자기절제력에 있다.
강영철 좋은규제시민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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