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초보운전이 F1 질주?···고위험 투자도 '자격'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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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이 F1 질주?···고위험 투자도 '자격' 따져야

등록 2026.09.09 11:18

박경보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과열에 투자자 피해 우려사전교육·모의거래에도 위험 인식은 여전히 숙제필기평가 등 고위험 상품 '투자자격제' 고민할 때

reporter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국내 증시에 등장한 지 석 달여 만에 투자자 보호 장치가 잇따라 강화됐습니다.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고 사전교육을 3시간으로 늘렸습니다. 지난달 19일부터는 모의거래까지 의무화했는데요.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출시 직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투자 열기까지 과열되자 안전장치를 추가한 겁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개별 주식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따라가는 상품입니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도 두 배로 커지지만 반대로 움직이면 손실 역시 빠르게 불어납니다. 주가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음의 복리효과 때문에 기초자산이 제자리로 돌아와도 손실이 남을 수 있는데요. 금융당국도 상품의 원리와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매일 투자 내역을 점검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기본예탁금을 높이는 것은 분명 필요한 안전장치입니다. 큰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인 만큼 투자자가 일정 수준의 손실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 따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손실을 감당할 능력과 상품의 위험을 이해하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금융당국도 단순히 돈으로만 문턱을 세운 것은 아닙니다. 사전교육 시간을 늘렸고 실제 시세를 활용하는 모의거래까지 추가했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뿐 아니라 선물·옵션이나 공매도처럼 위험도가 높은 투자에는 이미 교육이나 모의거래 같은 장치가 활용되고 있는데요. 다만 대부분은 정해진 교육과정을 듣고 일정 시간을 채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젠 한발 더 나아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자는 겁니다. 운전면허를 생각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살 돈이 있다고 누구나 곧바로 도로에서 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필기시험으로 교통법규를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실제 운전능력을 검증한 뒤에야 운전대를 잡을 수 있죠. 자동차를 살 돈이 있다고 F1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위험이 큰 만큼 그에 맞는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고위험 투자에 거창한 자격시험을 만들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상품의 구체적인 작동 원리를 묻는 온라인 평가를 거치고 기존 투자 경험과 투자 성향 등을 확인하는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정해진 교육시간과 모의거래를 채우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로 고위험 상품을 이해하고 투자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살펴보자는 취지입니다.

모든 고위험 상품에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상품의 위험 수준에 맞춰 투자자가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췄는지 확인한 뒤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투자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준비 없이 고위험 투자에 뛰어드는 것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개인의 투자 선택권까지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투자에 자기책임을 요구하려면 자신이 어떤 상품을 사고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지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상품의 위험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투자자에게 손실의 책임을 온전히 돌리는 것만으로는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논란은 고위험 상품의 진입 문턱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자동차를 살 돈이 있다고 F1을 몰 자격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듯 손실을 감당할 여력이 있다고 모든 고위험 상품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고위험 투자의 문턱을 단순히 높이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투자자에게 거래 기회를 열어주는 세밀한 규제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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