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미달 흑자기업 코넥스 이전 허용상폐기업 유입에 낙인효과·거래 위축 우려"퇴출 후 정상화하면 재상장 기회 줘야"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대상 기업에 코넥스 이전상장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코넥스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폐 충격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퇴출 대상 기업이 대거 유입되면 코넥스의 정체성과 유동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상폐기업을 코넥스로 보내기보다 경영 정상화 이후 증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재상장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시가총액 기준 미달로 상장폐지되는 기업 가운데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의 코넥스 이전상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최근 3개년도 중 2개년도 영업이익이 흑자이거나 최근 3개년도 중 1개년도 영업이익이 흑자이면서 자기자본이 200억원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자본잠식 기업은 제외된다.
이전 기업은 정리매매를 거치지 않고 기존 가격을 유지한 채 코넥스에서 거래를 이어간다. 코넥스 상장에 필요한 지정자문인 선임도 일정 기간 유예된다. 지난달 26일 기준 시총 200억원 미만 코스닥 기업 97곳 가운데 43곳(44.3%)이 이전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방안은 상폐 기준 강화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코스닥 시총 상폐 기준은 올해 1월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높아진 뒤 지난 7월 200억원으로 다시 상향됐다. 벤처업계에서 최근 증시 상황을 고려해 적용을 유예해달라는 요구가 나오자 금융위는 200억원 기준은 유지하되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에 코넥스 이전을 허용하는 쪽으로 제도를 조정했다.
상폐 기준은 앞으로 더 높아진다. 코스닥 시총 기준은 2027년 7월 300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이며 지난달 26일 기준 시총 2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기업은 200여곳이다. 금융위는 당초 내년 1월부터 300억원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코스피도 상폐기업의 코넥스 이전을 허용하고 2027년 예정된 시총 500억원 기준 상향을 6개월 유예해 내년 7월 시행한다.
성장기업 시장에 상폐기업 유입···유동성 우려
상폐 충격을 줄이기 위해 코넥스를 활용하면서 기존 시장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넥스는 성장 초기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고 이들이 성장해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장이다. 그동안 코넥스에서 성장한 기업이 코스닥으로 올라갔다면 앞으로는 코스피·코스닥에서 상장유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도 코넥스로 내려오게 된다.
금융위는 이전 대상을 흑자기업 등으로 제한했지만 이들 기업에는 코스피·코스닥에서 상장유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력이 따라붙게 된다. 이전 사례가 늘어나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찾는 시장보다 상폐기업이 모이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해질 수 있다. 상폐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코넥스 전체로 번지면 기존 상장사까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코넥스에서는 이런 낙인효과가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들이 개별 기업을 따져보기보다 코넥스 자체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면 이전기업과 관계없는 기존 상장사의 거래까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상폐기업의 거래를 이어주려다 기존 코넥스 기업의 거래 여건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상폐 기준이 계속 높아지는 점도 변수다. 코스닥 시총 기준은 내년 300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이며 현재 시총 200억~300억원인 기업만 200여곳에 달한다. 당국이 적용 시점을 6개월 유예했지만 향후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코넥스 이전 사례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정리매매 없이 기존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도 이전 이후에는 달라진 거래 환경을 맞게 된다. 코스닥에서 형성된 마지막 가격을 그대로 가져오지만 코넥스에서는 투자자층과 거래량이 달라진다. 정리매매에 따른 급격한 가격 변동을 피하더라도 거래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전 이후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코넥스 대신 재상장 '패스트트랙' 대안
전문가들은 상폐기업의 회생 기회를 코넥스 이전보다 재상장 제도를 통해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장유지 기준에 미달한 기업은 기존 절차에 따라 퇴출한 뒤 경영을 정상화하고 일정 요건을 다시 충족하면 코스피·코스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코넥스에 상폐기업을 쌓아두지 않으면서 회생한 기업에는 다시 증시에 진입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현재 방안은 상폐 대상 기업이 코넥스로 이전해 상장 상태를 이어가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반면 재상장 방식을 택하면 상폐 기준에 미달한 기업은 일단 퇴출하고 실적과 재무상태를 개선한 기업만 다시 심사를 받는다.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이라는 정책 방향을 유지하면서 정상화된 기업의 복귀 문제는 별도로 다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어준경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코넥스로 이전시키기보다 일단 상장폐지한 뒤 기업에 개선할 시간을 주는 게 낫다"며 "이후 기업이 경영을 정상화하고 일정 요건을 다시 충족하면 재상장할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만들어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폐기업 투자자에게는 코넥스 이전보다 충분한 유예기간을 주는 방식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상폐 전 투자자가 주식을 처분할 시간을 확보한 뒤 명확한 기준에 따라 퇴출하는 방식이다. 코넥스는 상폐기업의 거래를 이어주는 시장이 아니라 기존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상폐되는 기업에는 유예기간을 둬 투자자들이 가급적 많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고 명확한 요건에 해당하면 상장폐지하는 게 맞다"며 "코넥스도 하나의 시장으로 기능하려면 다른 시장과 중복되는 역할을 최소화하고 코넥스만의 차별성을 갖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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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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