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타이드 투여 고령 생쥐 중앙수명 12% 늘어양극성장애 환자 입원 위험 21%↓···"추가 검증 필요"
비만·당뇨병 치료제로 급성장한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의 연구 영역이 체중 감량을 넘어 노화와 정신건강으로 넓어지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고령 생쥐의 수명이 늘어난 데 이어 양극성장애 환자에서는 정신과 입원 위험이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각각 동물실험과 관찰연구에서 확인된 결과인 만큼 실제 사람의 노화를 늦추거나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효과로 이어지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학술지 'Nature(네이처)'에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가 고령 생쥐의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했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당뇨병치료제 '오젬픽'의 주성분이다.
미국 UC버클리와 덴마크 코펜하겐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생후 20개월 된 암컷 생쥐를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의 노화 관련 효과를 분석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생쥐 40마리의 중앙수명은 834일로 생리식염수를 투여한 대조군 39마리의 742일보다 92일, 약 12% 길었다.
수명뿐 아니라 신체기능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은 운동능력과 근력, 혈당 조절과 공간기억 등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만성 염증과 세포 노화, 줄기세포 고갈, 유전체 불안정,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등 노화와 관련된 변화도 완화됐다.
관건은 이 같은 변화가 약물 자체의 효과인지, 식욕 감소에 따른 체중 감량의 결과인지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실험에서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과 먹이의 칼로리를 24% 줄인 생쥐를 5개월 동안 비교했다. 칼로리 제한폭은 세마글루타이드 투여 후 줄어든 먹이 섭취량에 맞췄다.
두 집단은 비슷한 수준의 체중과 체지방 감소를 보였지만 일부 기능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에서는 탐색행동과 공간기억, 혈당 조절 능력이 기존 수준보다 개선된 반면 칼로리 제한군은 대체로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가 단순한 섭취량 감소를 넘어 노화와 관련된 생물학적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연구 범위는 정신건강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Acta Psychiatrica Scandinavica(악타 프시카트리카 스칸디나비카)'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사용과 양극성장애 환자의 정신과 입원 위험 감소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2009년부터 2024년까지 스웨덴 국가등록자료를 활용해 양극성장애를 진단받고 당뇨병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 1만4694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5200명이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했다.
세마글루타이드 사용 기간에는 같은 환자가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기간보다 정신과 입원 위험이 21% 낮았다. 양극성장애 재발에 따른 입원 위험도 17% 낮게 나타났다.
다만 같은 GLP-1 계열 약물이라고 모두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리라글루타이드와 둘라글루타이드에서는 정신과 입원 위험 감소와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도 이번 결과를 GLP-1 계열 전체의 효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봤다.
두 연구 모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넘어야 할 단계도 남아 있다. 노화 연구는 고령 암컷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으로 사람의 수명이나 건강수명 연장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양극성장애 연구 역시 실제 환자 자료에서 약물 사용과 입원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관찰연구여서 인과관계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다니카 첸 UC버클리 교수는 학술지를 통해 "GLP-1 계열 약물이 음식 섭취를 줄이는 만큼 칼로리 제한과 유사하게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며 "세마글루타이드에서 칼로리 감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추가적인 효과가 나타났지만, 이를 일으키는 요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마크 테일러 호주 그리피스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GLP-1 수용체 작용제가 당뇨병과 비만 치료를 넘어 추가적인 이점을 가질 수 있다는 근거를 더한다"며 "양극성장애 연구에서 유망한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안다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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