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물가 탓' 가격 올리고, 세금 축소···국세청, 민생업체 41곳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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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탓' 가격 올리고, 세금 축소···국세청, 민생업체 41곳 '정조준'

등록 2026.09.14 16:53

권한일

  기자

농축산 유통, 패션 플랫폼 등 전방위 조사허위 비용·차명 계좌 등 불법적 이익 포착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석을 앞둔 장바구니 물가가 다시 들썩이는 가운데 가격 인상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넘기면서도 세금은 피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업체들이 무더기로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농축산물·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배달·패션 플랫폼 등 41개 업체의 탈루 혐의 금액이 약 1조원에 이른다고 14일 밝혔다. '원가 상승'은 가격표를 바꾸는 명분이 됐지만, 그 뒤에서는 허위 비용, 차명 거래, 특수관계인 지원이 동원됐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우선 밥상 물가의 출발점인 농축산물 유통업계가 조사 대상에 올랐다. 주요 조사 사례를 보면, 계란 생산업체 A사는 거래처에 무자료 거래를 요구해 매출을 숨기고, 실제 근무하지 않은 사주 일가에게 급여를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관계 법인에는 병아리를 헐값에 넘기고,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은 수입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금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계란 값이 치솟은 시기에, 생산·유통 단계의 이익은 감추고 부담만 소비자에게 넘긴 것으로 의심된다.

국세청은 A사의 무자료 매출에 따른 수익 은닉 및 특수관계자와의 부당행위 등 탈루혐의를 정밀 검증해 과소 신고분을 추징할 방침이다.

수입 농산물 업체 B사는 고율 관세 품목인 참깨의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실체가 의심되는 별도 업체를 내세우고, 본래 자기 회사에 돌아와야 할 매출을 분산한 혐의를 받는다.

실물 거래 없이 매입한 것처럼 거짓 계산서를 받아 원가를 부풀리고, 법인카드는 사주 측의 사적 지출에 쓰였다는 정황도 국세청 조사 대상이다. 소비자는 관세 혜택이 가격 안정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하지만, 혜택이 우회 거래와 사익 추구의 통로가 됐다면 제도의 취지는 정반대로 뒤집힌다.

가공식품 기업 C사 역시 '고유가·고환율'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린 뒤, 해외 현지법인의 인건비를 대신 부담하고 거액을 선급금 명목으로 지원하면서 이자를 받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 관계사의 연구개발비와 시스템 구축비까지 대신 냈다는 의혹도 있다. 원가가 올랐다고 소비자에게는 인상분을 청구하면서, 계열사와 해외법인에는 사실상 무상 지원을 해왔다면 '원가 상승'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프랜차이즈와 플랫폼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D사는 일부 가맹본부는 재료 공급가를 올려 가맹점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을 얹고, 리베이트 수입 누락·차명 가맹점 운영·법인 차량의 사적 사용 등의 혐의를 받는다.

또 다른 배달 플랫폼은 입점업체에 수수료와 광고비를 전가하면서 국내 이익을 해외 지배주주에게 이전해 세 부담을 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수료와 광고비, 원재료비가 차례로 얹히는 동안 출혈 경쟁을 지속하면서 최종 소비자 가격만 오르는 구조가 초래 됐다는 게 국세청 판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격 인상의 근거가 된 생산원가와 거래의 정상성,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집중 점검하겠다"며 "차명계좌, 거짓 세금계산서, 명의대여가 확인되면 조세범칙 조사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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