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HD한국조선해양, 반년 만에 예금 5.4조 증가···'현금 곳간' 두둑

산업 중공업·방산

HD한국조선해양, 반년 만에 예금 5.4조 증가···'현금 곳간' 두둑

등록 2026.09.16 14:23

이건우

  기자

선수금 효과 줄었는데 현금은 증가···수익성 개선이 뒷받침조선서 번 현금 성장사업으로···발전엔진·SMR 투자 본격화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HD한국조선해양이 조선업 호황을 타고 현금창출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고선가 선박의 매출 반영과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이 늘면서 예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선수금 유입 효과가 지난해보다 줄었음에도 현금창출력이 개선되며 회사는 조선·엔진 생산능력 확대에 이어 발전엔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규 사업 투자까지 확대하고 있다.

16일 HD한국조선해양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예금은 13조6005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1842억원보다 약 5조4000억원 늘었다. 반년 만에 약 66% 증가한 규모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금융상품 등에 쌓이는 자금이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이 같은 현금 증가의 배경에는 실적 개선이 자리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679억원, 영업이익 3조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2%, 65.6% 증가했다.

특히 고선가 선박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조선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상반기 조선 부문 영업이익률은 16.9%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5%보다 4.4%포인트(p) 상승했다. 전체 영업이익률 역시 17.6%까지 높아졌다. 과거 수주한 고선가 물량의 건조가 본격화되고 생산성이 개선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실적 개선은 영업활동을 통해 실제 유입되는 현금 증가로도 이어졌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조3795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2675억원보다 34%(1조1120억원)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선수금 효과가 오히려 약해졌다는 점이다. 현금흐름표상 계약부채 증가에 따른 현금 유입 효과는 지난해 상반기 1조5480억원에서 올해 5424억원으로 약 1조원 감소했다. 신규 수주 과정에서 들어오는 선수금이 영업현금흐름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줄었지만 전체 영업현금흐름은 반대로 증가했다. 고선가 선박의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에 따른 이익 증가가 현금창출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금 보유 규모가 커지면서 자금 운용에 따른 수익도 함께 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상반기 이자수익은 15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44억원보다 22% 증가했다. 예금과 금융자산 등의 운용 규모가 확대되면서 영업이익 외에 자금 운용을 통해 얻는 수익도 증가한 것이다.

다만 13조원이 넘는 예금을 모두 투자나 배당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으로 보기는 어렵다. 조선사는 선박 계약 이후 건조 진행 단계에 따라 선주로부터 대금을 미리 받고 이를 향후 건조 비용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HD한국조선해양의 6월 말 유동 계약부채는 14조6053억원에 달한다. 계약부채는 고객에게 대금을 받았지만 아직 선박 인도 등 계약상 의무를 완료하지 않은 금액이다. 예금의 절대 규모와 함께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하는 이유다.

늘어난 현금의 주요 활용처로는 생산능력 확대가 꼽힌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진행 중인 주요 설비투자 규모는 총 1조6265억원이다. 6월 말까지 9344억원을 집행했고 남은 6921억원 가운데 5699억원을 연내 투입할 계획이다. 조선과 엔진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해양플랜트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데 자금이 들어간다.

기존 조선·엔진 설비에 더해 최근에는 신규 사업을 겨냥한 대규모 투자도 시작됐다.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 대출력 발전엔진 생산능력 확대에 8336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울산에 공장을 신설하고 관련 생산설비를 구축해 2028년 5월까지 육상 발전엔진 생산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SMR 주기기 생산시설에도 별도로 2386억원을 투입한다. 두 사업에 투입되는 자금만 총 1조722억원이다.

이에 따라 조선 호황으로 확보한 현금의 활용 범위도 기존 선박 생산능력 확대에서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특히 발전엔진 투자는 기존 선박용 엔진 사업을 AI 데이터센터 등 육상 전력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조선 사이클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다음 성장동력 확보에 투입하는 자본배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향후 관건은 늘어난 현금 어디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다. 고선가 선박의 매출 반영으로 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이 동시에 개선되는 가운데 기존 조선·엔진 설비 증설에 발전엔진과 SMR 투자까지 더해지고 있다. 현재의 현금창출력을 유지하면서 축적된 자금을 생산능력 확대와 신규 성장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HD한국조선해양의 다음 성장 국면을 가를 전망이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HD한국조선해양은 수주 활황세를 타고 고선가 물량에 대한 반복건조 효과와 조업역량 개선을 토대로 빠른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해외에 있는 자회사 조선소의 외형 성장 및 투자 효과가 점진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