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경도인지장애' 집중 조명···SK케미칼·JTBC·치매학회 협업단어 망각·중복 구매 등 일상 속 전조 증상 섬세하게 포착권해효·조윤희 부부 호흡 속 이상적인 보호자의 품격 제시

단골 카페를 찾은 영식. 커피와 함께 자주 먹던 디저트를 주문하고 싶지만 '노랗고 동그란 그것'만 머릿 속에 맴돈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원했던 것이 '마들렌'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주문하지만 결국 커피 한 잔만 든 채 카페를 나선다.
자신이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다. 기분 좋게 택배를 뜯던 영식은 당황한다. 이미 집에 소장하고 있던 LP판을 다시 구매한 것이다.
16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 속 미세한 인지기능 저하의 징후들을 담은 단편영화 '영식스티(Young Sixty)'가 공개됐다. 약 15분 분량의 단편영화인 영식스티는 SK케미칼과 JTBC가 기획하고 대한치매학회가 의학 감수와 자문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는 30년 뒤인 2056년 근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삼았다. 첨단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일상에 자리 잡은 미래 사회 속에서도 뇌의 노화와 인지장애라는 인류 본연의 질환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역설적인 설정을 녹여냈다.
용이 감독은 "현재 20~30대 젊은 세대 또한 언젠가 60대가 되었을 때 마주할 수 있는 문제"라며 "치매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미래의 시점을 빌려 환기하고 싶었다"고 기획 배경을 전했다.
작품은 중증 치매 환자의 극적인 행동 변화보다는, 일상에서 흔히 건망증으로 치부하고 넘기기 쉬운 '경도인지장애(MCI)' 단계의 전조 증상들에 카메라를 비춘다.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건망증, 단어 기억 장애, 반복 구매, 미각 변화, 시공간 및 지남력 저하 등 실제로 가족이나 본인이 겪을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주인공 영식 역을 맡은 배우 권해효는 "우리에게 평소 너무 일상적인 일들이 반복되고 주기가 짧아질 때 비로소 증상으로 나타난다"며 "나이가 들며 겪는 인지 변화를 단순 노화로 확신하거나 방치하지 않고, 조기에 점검해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연기 소감을 밝혔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는 질환을 대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태도와 병원 방문의 결단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남편의 이상 징후를 알아챈 아내 미경은 두려움이나 호들갑 대신 남편의 자존감을 지켜주며 "생각해 봐"라는 여유 있는 말과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준다. 결국 영화는 "나 내일 병원 가볼까 하는데··· 같이 가줄래?"라는 영식의 담담한 고백과 "당연하지"라는 아내의 화답으로 이어지며 조기 진단이라는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현장에서는 단편에 그치지 않고 시리즈물로 확장해 사회적 인식 변화를 도모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용이 감독은 "기획 단계에서 준비했던 다양한 시놉시스와 아까운 장면들이 많았다"며 "엄마의 경우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사회적 관계 속에서 겪는 인지 변화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담아내는 후속 시리즈로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박현선 SK케미칼 파마사업 대표는 "시리즈 제작 관련해선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대한치매학회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계속 치매 관련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자체 의약품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한 치료제 공급뿐 아니라 조기 발견과 인식 개선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 및 지역사회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해 왔다. 지난해부터 전개 중인 치매 예방 캠페인 '건뇌하세요'를 통해 치매 예방의 중요성을 담은 미디어 영상을 지속 확산하고 있으며, 치매 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방문 교육 프로그램인 '건뇌교실'을 운영하는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작품의 의학 자문을 총괄한 김희진 교수(한양대병원 신경과)는 "영화 속 아내 미경의 태도야말로 보호자가 지녀야 할 가장 모범적인 자세"라며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조기에 상태를 확인하고 적극적인 약물·비약물적 개입을 진행하면 독립적이고 건강한 삶을 오래 지킬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김 교수는 치매를 대하는 사회적 시선의 전환을 거듭 당부했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병원에 오는 것을 마치 사형 선고를 받는 것처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스스로 상태를 알고 인정해야 비로소 치료와 관리를 시작할 수 있는 만큼,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움직임과 노력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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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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