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SMBC, VP뱅크 지분 15%→20% 확대 추진하나, BIDV 투자로 지난해 지분법익 1587억원KB도 테크콤뱅크 15% 인수···한·일 경쟁 격화
'기회의 땅' 베트남 금융시장을 향한 아시아 대형 금융그룹들의 자본 영토 확장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독자 법인을 통한 영토 확장 시도에 이어 현지 대형 은행 지분을 사들이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일찌감치 소수 지분 투자로 기반을 다진 일본계 대형 은행들마저 추가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한·일 금융사 간 주도권 다툼이 한층 격화하는 양상이다.
2일 금융권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스미토모미쓰이은행(SMBC)은 VP뱅크(Vietnam Prosperity Joint Stock Commercial Bank)의 지분율을 20%로 확대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지난 2023년 15억 달러(한화 약 2조415억원)를 투입해 지분 15%를 확보한 지 3년 만에 추가 투자에 나선 셈이다.
일본계 은행의 베트남 공략은 SMBC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미즈호금융그룹과 MUFG은행도 각각 비엣콤은행(Vietcombank)과 비엣틴은행(VietinBank) 등 베트남 주요 은행의 전략적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일본 3대 금융그룹이 현지 대형은행과 자본 관계를 구축하며 베트남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일본 금융사들은 처음부터 현지에 직접 진출하거나 경영권을 확보하기보다 소수 지분 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은행들은 현지 은행의 지분을 확보해 베트남 소비자와 기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보험과 신용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일본계 기업과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를 확대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SMBC가 첫 투자 이후 불과 3년 만에 VP뱅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추가 지분 확보를 통해 베트남 내 사업 기반을 한층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현지법인을 직접 설립해 영업 기반을 키우는 방식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해왔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의 인허가 지연과 현지 금융회사와의 경쟁 심화, 관료주의에 따른 혁신적인 금융상품 개발의 어려움 등을 주요 진입 장벽으로 지목되면서 시장 선점이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베트남 시장을 둘러싸고 글로벌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국내 은행권에서도 '전략적 지분 동맹'이라는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이미 하나은행이 성공사례로 자리잡은 가운에 KB국민은행도 가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 하나은행은 약 1조원을 투자해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지분 15%를 확보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BIDV 최초의 외국계전략적 투자자이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를 통해 지난해 약 1587의 지분법 이익을 거둔 뒤 올해 상반기에도 75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차별적 글로벌 사업 전략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KB국민은행도 베트남 테크콤뱅크의 경영권 대신 지분 15%를 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가 성사되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금융사 지분투자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과거 KB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하며 해외사업을 확대했지만 정상화 과정에서 손실과 추가 출자 부담을 경험했다. 반면 이번에는 현지 우량은행의 전략적 주주로 참여해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면서 직접 경영에 따른 부담을 낮추는 방식에 무게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KB국민은행이 테크콤뱅크 지분 15%를 확보해 이사회 참여 등으로 유의적 영향력을 인정받으면, 테크콤뱅크의 지난해 실적 기준 연간 약 2100억원을 지분법이익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KB국민은행까지 전략적 지분투자 대열에 합류할 경우 베트남 주요 은행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 금융사들의 투자 구도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특히 베트남 금융시장의 높은 성장 가능성은 한·일 금융사의 투자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베트남은 아세안(ASEAN) 국가 가운데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경제 성장과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기업금융뿐 아니라 개인금융과 자산관리 등으로 금융 수요가 확대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향후 베트남 시장을 둘러싼 한·일 금융사의 경쟁은 단순한 지분 확보를 넘어 누가 현지 은행의 고객·영업망과 자사의 금융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금융사들이 일찌감치 현지 대형은행의 전략적 주주로 자리 잡은 데 이어 SMBC가 추가 투자에 나서면서 시장 공략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국내 은행들도 현지화 전략을 한층 고도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주류를 이루었던 지점·법인 설립 방식을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금융회사들이 보여준 바와 같이 대형화·현지화를 근간으로 하는 질적 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금융회사는 IT 기술 및 리스크관리 등 현지 금융회사에 비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를 적극 활용해 시장점유율 및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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