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모집액 300억·자기자금 투입 부담비상장자산 평가·회수까지 장기 관리세제보다 상품 구조가 후속 출시 변수로
정부가 벤처·혁신기업으로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세제 혜택까지 꺼내 들었지만 자산운용업계의 후속 상품 출시는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 걸림돌로 꼽혔던 세제 불확실성은 해소됐으나 최소 모집금액과 운용사 자기자금 투입, 장기간의 운용·평가 부담 등 상품 자체의 구조가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BDC는 지난 4월 신한자산운용이 국내 첫 BDC 펀드인 '신한혁신기업성장투자신탁제1호'를 출시한 이후 후속 상품이 출시되지 않고 있다. 제도 도입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이 상품 출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출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출발 당시 높았던 진입 문턱은 대폭 낮아졌다. 금융당국은 증권·부동산·특별자산 등 모든 공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종합 자산운용사 42곳에 별도의 신규 인가 없이 BDC를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BDC는 자산의 60% 이상을 비상장 벤처·혁신기업과 코넥스·코스닥 기업, 벤처조합 등에 투자하고 이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구조다.
투자자 유인을 위한 세제 지원도 추가됐다.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전용계좌를 통해 BDC에 투자한 개인에게 납입금 1억원을 한도로 배당소득을 9%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관련 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신설되는 생산적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투자 대상에도 BDC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후속 상품 출시 여부를 결정할 변수가 세제에서 상품 구조 자체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DC는 최소 300억원 이상을 모집해야 한다. 운용사도 모집액 가운데 600억원 이하분의 5%, 이를 넘는 금액의 1%를 자기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300억원 규모로 상품을 설정해도 운용사가 최소 15억원을 직접 넣어야 하는 셈이다. 이 자금은 5년과 펀드 만기의 절반 중 긴 기간을 택해 보유해야 한다.
운용 과정의 부담도 일반 공모펀드보다 크다. BDC는 만기를 최소 5년 이상으로 설정해야 하고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기관 평가를 거쳐 투자심의위원회가 성장 가능성과 신용위험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펀드 자산의 공정가액도 분기마다 평가하고 반기마다 외부평가를 받아야 한다. 비상장기업을 상당 부분 편입하는 만큼 투자처 발굴부터 가치평가와 회수까지 운용사가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구조다.
첫 상품을 내놓은 신한자산운용도 비상장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않고 벤처펀드 출자지분을 거래하는 세컨더리 투자를 함께 활용했다. 비상장 자산의 유동성 부담을 낮추고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운용업계에서는 세제 혜택의 물꼬가 트였으나 향후 BDC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장기간 자기자금을 묶으면서 최소 300억원의 투자자를 모아야 하고 동시에 안정적인 비상장 투자처와 회수 경로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BDC는 비상장 혁신기업에 주로 투자하면서도 상품 자체는 상장해야 하는 구조여서 실제 상품을 구현하는 과정이 복잡하다"며 "세제 혜택이 마련됐지만 IMA나 국민성장펀드 등 다른 상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hkkim82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