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사기 피해 3년 새 3배···우리은행, AI로 '사전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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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기 피해 3년 새 3배···우리은행, AI로 '사전 차단'

등록 2026.10.12 13:47

김다정

  기자

경찰 출신 수사 전문가 영입해 대응 강화FDS 활용해 수억원대 사기 피해 잇단 차단생성형 AI로 신종 범죄 탐지체계 고도화

사진=우리은행사진=우리은행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면서 은행권의 대응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피해 발생 이후 자금을 추적하고 환급하는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과 금융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사기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차단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도 경찰 출신 수사 전문가와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중심으로 예방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생성형 AI를 활용한 차세대 금융사기 탐지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본점에서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금융사기 수법의 변화와 주요 피해예방 성과, 향후 대응 전략 등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은 경찰에서 24년간 근무한 뒤 총경으로 퇴직한 금융사기 수사 전문가다. 보이스피싱 조직인 이른바 '김미영 팀장' 조직의 총책 등 운영진 검거와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 등을 이끌었다. 우리은행은 금융사기 대응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 수석을 경찰 출신 전문가로 영입했다.

우리은행이 경찰 출신 전문가를 영입한 배경에는 금융사기 대응이 단순한 이상거래 탐지를 넘어 범죄 수법과 자금 이동 경로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요구하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상적인 금융거래와 범죄에 이용되는 거래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포착한 이상징후뿐 아니라 실제 범죄조직의 활동 방식까지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사기 피해 규모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기 피해액은 2022년 7911억원에서 지난해 2조3755억원으로 3년 만에 약 3배 증가했다.

범죄 수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과거에는 하나의 조직이 전화 등을 통해 피해자를 속이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기술개발과 피해자 유인, 범행 실행, 자금세탁 등 단계별로 역할을 분담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 메신저에 생성형 AI까지 활용하면서 범죄 수법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범죄 거점 역시 대만과 중국에서 필리핀·태국·캄보디아 등으로 분산되고 있다. 범죄조직이 국경을 넘어 소규모로 분업화하면서 수사기관의 추적과 검거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목할 점은 금융사기 범죄의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전화로 피해자를 속여 자금을 송금받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피해자 유인부터 범행 실행, 자금세탁까지 단계별로 역할을 분담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SNS와 메신저를 활용해 장기간 신뢰를 쌓거나 생성형 AI를 범죄에 악용하는 등 수법도 다양해졌다.

최근 주의해야 할 금융사기 수법으로는 '피그부처링(Pig Butchering)'과 '리커버리 스캠(Recovery Scam)'이 꼽혔다. 피그부처링은 SNS나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와 장기간 친분을 쌓은 뒤 투자를 유도하는 사기 수법이다.

초기에는 소액 투자로 수익을 얻는 것처럼 꾸며 신뢰를 확보한 뒤 점차 투자금액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최종적으로 출금을 차단해 자금을 가로챈다. 연인 관계를 가장해 감정적 신뢰를 형성하는 로맨스스캠과 결합하기도 한다.

리커버리 스캠은 이미 금융사기를 당한 피해자를 다시 노리는 2차 사기다. 수사기관이나 환불 전문가 등을 사칭해 피해금을 되찾아 주겠다고 접근한 뒤 수수료와 세금, 보증금 등을 명목으로 추가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범죄조직이 전문화·분업화하면서 금융회사의 대응에도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개별 거래만으로는 정상적인 투자나 송금과 금융사기를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특히 피해자가 사기범을 신뢰해 직접 송금하는 경우에는 거래 자체가 고객의 정상적인 금융활동처럼 보일 수 있어 기존 탐지체계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금융사기 피해가 발생한 이후 자금을 되찾기도 쉽지 않다.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환급률은 약 22%에 그쳤다. 피해금이 여러 계좌로 분산되거나 가상자산으로 전환돼 해외로 이동하면 추적과 회수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사기 대응의 성패가 피해 발생 이후 얼마나 많은 자금을 회수하느냐보다 피해금이 범죄조직에 넘어가기 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금융사기가 고도화하면서 우리은행은 사후 피해구제보다 사전 차단에 대응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출신 수사 전문가의 현장 경험과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결합한 데 이어 생성형 AI를 활용한 차세대 탐지체계 구축에 나서면서 금융사기 예방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FDS는 계좌이체와 입출금, 카드결제, 해외송금 등 금융거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평소와 다른 이상징후를 탐지하는 시스템이다. 의심 거래가 포착되면 고객에게 직접 연락해 거래 목적과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거래를 지연하거나 차단한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고객 계좌에 2억9000만원이 입금된 뒤 3000만원이 의심 계좌로 재이체되는 거래를 포착했다. 이후 고객과 관련자의 진술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고 계좌에 임시조치를 취해 2억6000만원의 피해를 막았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고객이 타행으로 1억2000만원을 송금한 뒤 증권계좌에 있던 8000만원을 추가 송금하려는 과정에서 이상징후를 발견했다. 우리은행은 해당 금융회사와 정보를 공유해 수취 계좌가 투자사기 신고 계좌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급정지 조치를 통해 추가 피해를 막았다.

검찰을 사칭한 사기범에게 속아 이미 1억3000만원의 피해를 입은 고객이 추가 대출금 1억8000만원으로 금을 구매하려던 거래를 차단한 사례도 있었다.
자금세탁방지(AML) 부서와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FDS를 통해 포착한 자금세탁 의심정보 639건을 AML 부서에 전달했으며, 이 가운데 83건을 의심거래보고(STR)로 연결했다. 같은 기간 AML 분석 과정에서 확인한 타행 의심계좌 664건은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인 ASAP을 통해 금융권에 공유했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생성형 AI와 통신정보 등을 활용해 금융사기 탐지 역량을 한층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금융거래 정보 중심의 FDS에 전자금융 로그인 정보와 상품 이용 정보, ASAP 위험계좌 정보 등을 연계해 신종 금융사기에 대한 분석 범위를 넓힌다. 이를 위해 오는 11월 신규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연말까지 안정화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금융사기 예방은 고객의 자산뿐 아니라 금융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일인 만큼 최우선 경영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피해가 발생한 뒤 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징후를 한발 앞서 포착해 고객의 자금이 사기범에게 넘어가기 전에 차단하는 예방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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