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광산 넘어 제련 역량 확보···고려아연 美 투자, 수은 지원 여부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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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넘어 제련 역량 확보···고려아연 美 투자, 수은 지원 여부 심사

등록 2026.10.23 15:56

이승용

  기자

갈륨·게르마늄 등 핵심광물 현지 제련 사업 추진온산 제련기술 적용···테네시서 2029년부터 가동김상훈, 수은에 공급망기금 지원 적극 검토 촉구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고려아연 제공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고려아연 제공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이 고려아연의 미국 테네시 제련소 사업에 47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공급망안정화기금 지원은 아직 심사 중이다. 핵심광물 공급망 경쟁이 채굴에서 정제·가공 역량 확보로 옮겨가는 가운데 국내 정책금융의 지원 여부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및 전략적 투자자와 협력해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통합 비철금속 제련·가공시설을 짓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추진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운전자금과 금융비용을 포함해 약 74억달러다.

시설에서는 아연·연·구리 등 기초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 갈륨·게르마늄·인듐·안티모니 등 핵심광물을 생산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에서 축적한 제련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현지 시설에 적용할 계획이다. 2026년 부지 조성을 시작하고 2027년 본공사에 들어가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핵심광물 공급망 경쟁은 채굴을 넘어 정제·가공 역량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 관련 시설이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어 미국은 현지 생산 기반을 늘려 공급망을 다변화하려 한다. 미 상무부도 갈륨과 인듐 등 일부 핵심광물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며 현지 생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측 자금은 대출·투자·보조금으로 구성된다.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은 총 47억달러를 대출하기로 했다. 미 연방 인허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쟁부가 23억4900만달러를 직접 대출하고, JP모건 주도 은행단도 같은 규모의 선순위 담보대출을 제공한다. 은행단 대출의 절반은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수출신용기관이 지원하는 금융으로 재조달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미 전쟁부와 투자자들은 약 21억5000만달러의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미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고려아연 자회사 크루서블 메탈스에 2억1000만달러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미국의 금융지원에는 핵심광물 공급망을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의 문제로 보고, 반도체·인공지능(AI)·방위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 담겼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최근 공개된 세계경제포럼(WEF) 인터뷰 영상에서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할 때 비용과 가격뿐 아니라 지정학적 요인과 국가 안보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AI와 전동화 확산으로 핵심광물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수은의 지원 여부와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황기연 수은 행장은 지난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활용한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심사 과정에서 살펴볼 사안이 많아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수은이 약 6개월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적극적인 검토를 촉구했다. 미국이 47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지원하기로 한 사업인 만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과 상환 능력을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핵심광물 금융지원이 원료 구매자금에 집중돼 있다며 해외 정제·가공시설 투자에도 지원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은의 심사 결과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재원 보완뿐 아니라 국내 정책금융이 해외 핵심광물 생산·정제 기반 구축에 어떤 역할을 할지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AI와 전동화 확산으로 핵심광물의 중요성이 커지고 특정 국가에 집중된 정제 구조가 공급망 불안을 키우는 만큼, 원료 가공·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모든 국가가 관련 시설을 자국 내에 갖출 수는 없는 만큼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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