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고점 대비 39% 하락···석 달여 만에 급락달러·원 1320원대···주식·외환시장 흐름 엇갈려수출 호조가 환율 방어···반도체 업황이 변수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통상 원화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투자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수출 호조에 따른 외화 유입이 원화를 뒷받침하는 반면 주식시장은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와 외국인 자금 이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53포인트(0.30%) 오른 5550.3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1일 3.29% 상승하며 5700선을 회복했지만 전날 3.52% 급락하며 5500선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지수는 지난 6월 22일 기록한 연중 최고 종가인 9114.55와 비교하면 약 4개월 만에 39.1% 하락한 수준이다.
지수 하락에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영향을 미쳤다. 올해 3분기 들어 이달 23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총 59조989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만 약 18조3715억원을 팔아치웠다.
반면 외환시장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은 1320원대까지 내려오며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 원화 가치에도 하락 압력이 발생하지만 이번에는 주가와 환율이 동시에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증시 조정기와 비교해도 차이가 뚜렷하다. 2021~2022년 코스피가 하락세를 보였을 당시 달러·원 환율은 1080원 수준에서 1400원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주식시장의 투자심리 악화가 원화 약세와 맞물렸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에는 코스피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기존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국내 경제의 수출 여건과 주식시장 수급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있지만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외화가 늘어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과거 코스피 조정기에는 수출 둔화와 무역수지 악화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주가 하락에도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향후 반도체 업황이 둔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반면 외환시장에서는 현재의 수출 호조가 더 크게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높아진 점도 국내 증시의 상대적인 부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꼽힌다. 최근 원·엔 환율은 100엔당 830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원화가 엔화보다 강세를 보이면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일부 국내 수출기업에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과거에도 원·엔 환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코스피가 일본 닛케이지수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인 사례가 있었다.
다만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확대된다고 해서 외환시장에서 외환 매수세가 같은 규모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수출대금이 모두 원화로 환전되는 것은 아니며 외국인의 주식 매도대금 역시 환전과 해외 송금 시점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출을 통한 외화 유입이 늘고 있다는 점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에도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유지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반도체 수출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대외 불확실성이 얼마나 해소될지가 중요한 변수"라며 "다만 과거 증시 조정기와 달리 현재는 수출과 무역수지 흐름이 양호한 만큼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사이의 차별화 현상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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