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안건 99% 원안 통과···사외이사 견제 기능 강화 주문자회사 CEO 승계 투명성 강조···경영진 보수·평가도 면밀히 검토IT 보안 투자 확대·해외점포 내부통제 강화···사회공헌 내실화 당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형식적인 안건 의결에서 벗어나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오전 이찬진 원장과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 정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KB금융 조화준 의장, 신한금융 곽수근 의장, 하나금융 박동문 의장, 우리금융 윤인섭 의장, NH농협금융 김병화 의장, BNK금융 오명숙 의장, iM금융 조강래 의장과 JB금융 이성엽 사외이사가 참석했다.
이사회 안건 '99%' 원안 통과···"충실의무 다해달라"
이날 이 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예상치 못한 위기가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며 "이사회의 책임 있는 판단과 대응에 따라 위기의 파급효과와 회복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특히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달라"며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중점적으로 요구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지배구조 개선방안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는 전문성과 책임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해 자회사 CEO 승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사업다각화, 경영진 보수 및 성과평가(KPI) 등 주요 경영현안에 대해서도 형식적인 의결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자료요청, 외부전문가 활용 등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은행지주 이사회가 처리한 의결 안건은 총 993건이다. 이 가운데 수정 가결된 안건은 9건, 보류된 안건은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983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전체 안건의 약 99%가 별다른 수정 없이 처리된 셈이다.
이 원장은 "사외이사가 안건에 대해 반대표결한 경우가 매우 드물고,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도 이사차원의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진이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료요청, 외부전문가 활용 등을 통해 안건을 심도있게 검토하는 등 이사의 충실의무를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IT 보안은 비용 아닌 핵심 업무"···해외점포 내부통제 강화
최근 잇따르는 금융권 해킹 사고와 관련해서는 이사회가 보안 투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기준 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업 등 전 금융권에서 침해사고가 발생한 금융회사는 총 16곳에 달한다.
특히 사이버 공격 대상이 핵심 전산시설에서 영업지원 시스템 등 비핵심 시설로 확대되고, AI가 해킹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공격 방식도 고도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스스로 IT 자산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보안 취약점을 능동적으로 찾아내어 제거하는 자율 방어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며 "IT 보안을 부수적 업무로 간주해 규제 요구 사항만을 형식적으로 준수하거나, IT 보안 투자를 '비용'으로 인식해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지 않는 행태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점포에서 잇따르는 대규모 금융사고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국내은행 해외점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2024년 7건, 피해금액 1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2건, 1249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9월까지 11건의 사고가 발생해 피해금액이 840억원에 달한다.
이 원장은 "이는 해외점포의 사고 예방체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리스크 인식부터 측정, 대응의 단계별 원칙을 재정립하고, 본점의 정책·관리수준이 해외점포에도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내부통제 취약점 개선을 위해 마련된 제도 개선방안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이사회 차원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보여주기식은 그만"···사회공헌 질적 개선 주문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지원 규모 확대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사회공헌 규모는 2023년 1조6300억원에서 2024년 1조8900억원, 지난해 2조16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5대 금융지주도 향후 5년간 약 70조원 규모의 포용금융 확대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진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일회성 지원·보여주기식 활동이 아닌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사회 중심의 중장기 추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이제는 얼마나 많이 지원했는가를 넘어, 사회공헌 활동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 냈는가를 고민할 시점"이라며 이벤트 비용 등을 사회공헌 실적으로 내세우는 행태를 경계했다.
점포 운영과 관련해서도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이 소외받는 일이 없도록 의사결정 시 효율성과 함께 소비자의 금융접근성을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지난 7월 시작된 은행대리업 시범운영과 함께 향후 탄력점포 운영방안 개선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고령층과 금융취약계층에게는 가까운 점포 하나가 문을 닫는 것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금융서비스로부터 멀어지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공공적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전환의 혜택은 넓혀 가되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분들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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