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의사·능력 검증하고 철회·협상 결렬 후속 공시 보완금융위 "초기 공개로 주가 급등하면 거래 무산 위험"이사회 독립적 검토 필요···주가 하락만으로 책임 물어선 안 돼
인수제안 접수와 이사회의 판단 근거를 공개하도록 하는 '한국형 베어허그' 도입을 두고 공시 대상과 시점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반주주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허위 제안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악용되거나 이른 정보 공개로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형 베어허그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인수제안의 진정성 판단 기준과 이사회의 검토 책임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토론회는 오기형·김남근·김현정·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공동 주최했다.
베어허그는 인수 희망자가 시가보다 높은 가격의 인수제안을 공개해 대상회사 이사회와 지배주주를 압박하는 인수·합병(M&A) 전략이다. 지난 9월3일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수제안의 접수 내용과 검토 계획, 논의 경과 및 최종 판단과 사유 등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유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제도 도입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지배구조 변경이라든가 경영권 이전을 수반해서 주주의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공시 시점에는 유연성을 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인수인이 비공개 요청을 했을 때 공시 유예라든가, 인수인이 공개했을 때만 공시한다든가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개매수에 대한 이사회의 의견 표명 의무화에는 찬성하면서도 그 이전 단계의 인수제안 공시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수제안이 있으면 주가는 오르는데 그게 성공해도 주가가 하락할 수 있고 실패해도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면, 이게 주가에 대한 대책이냐를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허위 제안을 통한 불공정거래 가능성도 우려했다. 황 연구위원은 "제안이 철회되고 협상이 결렬됐을 때 후속 공시를 어떤 방식으로 의무화하며, 중간 단계에서 주가가 올라 주식을 샀다가 피해를 본 주주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설명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미정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초기 공시가 거래 성사에 미칠 영향을 짚었다. 그는 "인수제안이 섣불리 초기 단계에서 공개돼 주가가 올라 인수 가격이 무의미한 수준까지 가버리면 딜 자체가 무산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의 검토 절차를 실질화할 방안도 제시됐다. 심혜섭 변호사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더라도 자료와 자문 등을 회사에 의존하면 판단이 형식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의 독립적인 검토와 함께 인수 과정의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절차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회사에 대한 인수제안을 검토할 주체도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심 변호사는 "상장사인 주요 주주, 모회사, 중간 지주회사 이사회도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서 의견을 공표할 수 있도록 해야 우리나라 제도의 실효성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이사회 판단의 책임 범위와 관련해 김 교수는 "공개매수에 반대했다고 해서 주식 가격이 공개매수 가격보다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충실의무 위반이 인정돼서는 안 된다"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갖췄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문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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