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CMC·GMP: 신약을 '같은 품질'로 계속 만드는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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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C·GMP: 신약을 '같은 품질'로 계속 만드는 조건

등록 2026.10.31 07:03

이병현

  기자

CMC는 품질의 설계·입증, GMP는 제조현장의 관리 기준공정 검증은 상업생산 뒤에도 계속···완제품 검사만으로 부족공장 증설·기술이전 발표, 품목별 검증과 공급 준비까지 살펴야

사진=AI(챗GPT) 생성사진=AI(챗GPT) 생성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시험에서 뛰어난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하더라도, 정해진 품질로 일관되게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상업화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신약 허가 심사에서 임상 데이터 자체보다 제조공정이나 품질관리 결함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보완요구서한(CRL)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규제당국이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안전성·유효성 못지않게 제조공정과 품질 보증 역량을 깐깐하게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공장을 새로 완공하거나 배양조(바이오리액터) 용량을 늘렸다는 발표를 내놓을 때, 단순한 설비 규모를 넘어 실제 상업 공급 준비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함께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설계도 격인 'CMC'와 현장 운영 규율인 'GMP'


의약품 제조·품질 심사를 이해하는 두 축은 CMC와 GMP다. 먼저 CMC는 '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s'의 약자로, 국내에서는 통상 '화학·제조·품질관리'라고 부른다. 의약품을 어떤 성분으로, 어떤 공정을 거쳐 만들고, 어떤 기준과 시험법으로 품질을 입증할지 설계하고 증명하는 영역이다. 여기에는 원료의약품(DS)과 완제의약품(DP)의 물리·화학적 특성, 제조공정 설계, 불순물 관리 기준, 규격 및 시험방법, 유통·보관 기간 동안 약효와 품질이 유지되는지를 입증하는 안정성 시험 자료 등이 폭넓게 포함된다.

CMC 업무는 후보물질 발굴 직후의 초기 개발 단계부터 시작해 임상시험용 시료 생산, 상업용 대량생산, 나아가 시판 허가 이후의 제조공정 변경까지 의약품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이어진다. 물론 규제당국이 임상 1상 진입 단계의 후보물질과 당장 환자에게 판매할 상업화 단계 의약품에 똑같은 수준과 분량의 CMC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임상 단계가 올라갈수록 공정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품질 관리 근거를 한층 꼼꼼하게 확보해 제출해야 한다.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는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을 뜻한다. CMC를 통해 설계된 품질이 실제 생산 현장에서 오차 없이 반복 구현되도록 시설과 설비, 원료, 작업자, 제조 절차, 품질 시험과 문서 기록 전반을 통제하는 현장 규율이다.

입고된 원료가 규격에 맞는지, 생산 장비가 정해진 범위에서 정상 작동하는지, 작업자가 표준작업지침서(SOP)를 준수했는지, 공정 중 일탈이나 이상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조사하고 시정·예방조치(CAPA)를 취하는 체계가 모두 GMP의 테두리 안에 들어간다.

결국 현장에서 CMC와 GMP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예컨대 특정 불순물을 어느 한도까지 허용하고 어떤 분석법으로 검출할지 정하는 과학적 근거가 CMC라면, 실제 공장에서 그 기준대로 제조·시험을 수행했고 모든 과정이 위변조 없이 기록·검토됐음을 보장하는 체계가 GMP다.

한편 흔히 미국 FDA 규정에서 접하는 'cGMP'의 소문자 'c'는 'current(현행)'를 의미한다. 이는 당대의 최신 과학과 기술 수준에 부합하는 제조·품질관리 체계를 끊임없이 유지하라는 규제 원칙을 담고 있다.

'배치' 단위 일관성과 완제품 샘플 검사의 한계


제조 현장에서 의약품 품질을 관리하고 추적하는 기본 단위는 '배치(batch·제조단위)'다. 동일한 제조공정 주기에 따라 생산돼 정해진 기준 안에서 균질한 품질을 갖도록 관리되는 일정량의 의약품을 가리킨다.

제약사는 한 배치 안에서 생산된 약 균질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오늘 생산한 배치와 다음 달 생산할 배치 사이 품질 일관성까지 입증해야 한다. 제품 포장에 찍힌 배치번호(제조번호)는 해당 의약품이 언제, 어떤 원료와 설비를 거쳐 생산됐는지 전 과정을 역추적하는 핵심 열쇠로 쓰인다.

임상시험용 소량 시료 생산에서 상업용 대량생산으로 덩치를 키우는 '스케일업(Scale-up)' 과정에서도 배치 간 일관성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은 생산 규모를 늘릴 때 배양 조건과 정제공정이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는지 입증하기가 훨씬 까다롭다. 배양조 크기가 수백 리터에서 수만 리터로 커지면 배양액을 섞는 교반 방식부터 산소 전달률, 온도 분포, 영양분 공급 속도 등 물리·화학적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규모 실험실이나 파일럿 설비에서 얻은 품질 결과가 상업용 대형 설비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는 데이터를 제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얼핏 '다 만든 완제품을 검사해 합격 판정을 받으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종 제품 시험만으로는 제조공정 전체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 FDA 역시 완제품 출하 시험은 통상 한 배치에서 추출한 일부 시료(샘플)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는 한계를 명확히 지적한다. 추출된 시료의 시험 결과가 규격에 들어맞더라도, 제조 과정 전반에 걸쳐 교차 오염이나 이물질 혼입을 막는 통제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배치 전체의 무결성을 보증하기 어렵다. 품질은 사후 시험으로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제조 단계마다 설계되고 만들어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3단계로 굴러가는 '공정 밸리데이션'···상업생산 뒤에도 계속


이처럼 제조공정 자체가 설계된 품질의 의약품을 일관되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과학적 자료로 입증하는 활동이 '공정 밸리데이션(Process Validation·공정 검증)'이다. FDA의 공정 밸리데이션 가이던스는 이를 의약품 생애주기에 맞춰 ▲1단계 공정 설계(Process Design) ▲2단계 공정 적격성 평가(Process Qualification) ▲3단계 지속적 공정 검증(Continued Process Verification)으로 구분한다.

1단계인 공정 설계에서는 연구개발 및 스케일업 과정에서 축적한 지식을 바탕으로 상업생산 조건과 주요 공정 변수 관리 전략을 확립한다. 이어지는 2단계 공정 적격성 평가는 다시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공장 시설과 유틸리티, 생산 설비가 설계된 용도대로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설비 적격성 평가를 거친 뒤, 실제 상업생산 규모와 조건에서 해당 공정이 목표 품질의 의약품을 재현성 있게 만들어내는지 검증한다. 이 두 번째 검증의 핵심 관문이 바로 '공정성능적격성평가(PPQ)'다.

주의할 점은 PPQ를 통과해 상업생산과 시판이 시작된 뒤에도 검증은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3단계인 지속적 공정 검증에 따라 일상적인 상업생산 과정에서도 배치별 품질 데이터와 공정 변수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통계적으로 분석해 공정이 관리 상태(state of control)에 머물러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미세한 변동이나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즉각 원인을 조사해 바로잡아야 한다.

제조소·공정 바뀔 때 따지는 '비교동등성'


특히 구조가 복잡한 바이오의약품은 생산시설을 옮기거나 제조공정을 일부 변경할 때 변경 전후 제품의 '비교동등성(Comparability)'을 엄격히 입증해야 한다. 주성분명과 함량이 같더라도 배양·정제 환경의 미세한 변화에 따라 단백질의 3차원 고차구조나 당사슬 결합 패턴, 생물학적 활성, 불순물 프로파일, 안정성 등에서 예상치 못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의 'Q5E'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교동등성은 '변경 전후의 모든 품질 측정값이 물리적으로 100% 똑같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변경 전후 제품의 품질 특성이 고도로 유사하고, 설령 일부 분석값에 차이가 있더라도 그 차이가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밀한 분석 시험 자료만으로 비교동등성이 충분히 입증되면 별도의 비임상이나 임상시험 없이도 공정 변경을 승인받을 수 있다. 반대로 분석 데이터만으로 차이의 임상적 의미를 단정하기 어렵거나 불확실성이 남으면 추가 비임상·임상 자료 제출이 요구된다.

여기서 말하는 비교동등성은 어디까지나 '한 제약사가 자사 의약품의 제조공정이나 생산지를 바꾸기 전과 후'를 비교하는 절차다. 이를테면 후발 주자가 특허가 만료된 타사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대조약으로 삼아 동등성을 입증하는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 개발과는 비교 대상과 규제 맥락이 다르다. 만약 신약 개발 후기 단계에 상업용 공장으로 생산지를 변경한다면, 기존 임상시험에서 환자에게 투여해 약효를 확인한 제품과 향후 시장에 공급할 상업용 제품 사이의 품질 고리를 입증하는 비교동등성 자료가 허가의 당락을 가른다.

항체 치료제를 비롯한 유전자재조합 단백질 의약품을 새로운 제조소에서 생산할 때는 제품 차원의 비교동등성과 공정 차원의 재현성을 동시에 증명해야 한다. 유럽의약품청(EMA)의 바이오 원료의약품 공정 밸리데이션 지침 역시 제조소 변경 시 제품의 비교동등성 입증은 물론, 신규 제조소의 공정 자체가 완전히 검증된 상태에 도달했음을 데이터로 제시하도록 요구한다. 기존 제조소에서 축적한 검증 자료와 소규모 모델 데이터를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위험 기반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

CDMO 증설·기술이전 공시, '설비 용량' 너머 '품목별 검증' 읽어야


이러한 규제 원리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공장 증설이나 기술이전 수주 발표를 해석할 때 훌륭한 나침반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의약품 제조 기술이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제조 현장의 기술이전(Tech Transfer)은 신약 후보물질의 권리를 사고파는 라이선스 계약과는 다르다. 고객사(위탁사)가 보유한 제조공정과 분석 시험법, 공정 노하우를 수탁 생산현장(CDMO)으로 옮겨와 동일한 품질로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련의 검증 절차다. 단순히 레시피 문서를 넘겨받는 데 그치지 않고 양측 시설·설비의 차이(Gap)를 분석해 보정하고, 품질 확인을 위한 시험법을 이전하며, 현장 작업자를 교육해 실제 공정 수행 능력을 입증해야 비로소 완료된다.

글로벌 CDMO 기업이 MSAT(제조과학기술) 조직의 역량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20일 공개한 브람 텐 카터(Bram ten Cate) MSAT 팀장(상무) 인터뷰를 통해 기술이전과 공정 검증, 의약품 생애주기 관리에 표준화된 운영체계를 적용하고 공정 데이터와 분석 시험 결과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람 텐 카터 상무는 "지금 설계한 생산 공정이 5년 뒤에도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 훗날 대량으로 생산 규모를 키웠을 때도 여전히 효과적일지를 설계 단계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속도와 품질을 모두 잡는 '예측 가능한 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리하자면


공장 준공은 물리적인 건물과 배양 설비를 확보했다는 뜻이고, 설비 적격성 평가는 그 장비가 설계 사양대로 작동할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다. 여기에 실제로 어떤 의약품을 얹어 생산할지 결정한 뒤 진행하는 품목별 기술이전과 PPQ(공정성능적격성평가), 각국 규제기관의 제조소 허가·변경 승인, 그리고 개별 배치의 최종 출하 판정이 뒤따르며, 각 단계마다 검증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생산을 외부 CDMO에 맡기더라도 신약을 보유한 위탁 제약사의 품질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FDA의 '의약품 위탁생산 품질협약(Quality Agreements)' 가이던스는 수탁사(CDMO)가 제조 현장의 cGMP 준수 책임을 지는 것과 별개로, 최종 제품의 시장 출하 승인이나 거부를 결정하는 법적 최종 책임은 위탁 제약사의 품질부서(Quality Unit)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탁사의 신약 허가 심사 과정에서 수탁 공장의 CMC·GMP 결함이 발견되면 신약 승인 자체가 가로막히는 구조적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기업의 대규모 공장 증설이나 위탁생산 계약 소식을 접할 때는 해당 설비에서 어떤 품목의 기술이전과 PPQ가 완료됐는지, 목표 시장의 규제당국 실사와 허가 절차는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입체적으로 짚어봐야 한다. 실제 매출과 상업 공급을 현실로 만드는 힘은 똑같은 품질의 약을 흔들림 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검증된 데이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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