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속도·주행정보도 디지털화새로운 계기판 디자인, 선택의 폭 넓어져디지털 경험과 자동차 정체성의 만남
자동차의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공간이다. 속도와 엔진 회전수, 주행거리처럼 꼭 필요한 정보를 보여주는가 하면,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내비게이션과 음악, 전화, 차량 설정 등 운전자가 자동차 안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능을 담아낸다. 여기에 제조사마다 고유한 디자인과 브랜드 정체성을 입힌다.
애플이 이 영역에서 발을 넓혔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자동차 디스플레이에 띄우던 기존 애플 카플레이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까지 통째로 바꾸는 '카플레이 울트라(CarPlay Ultra)'가 주인공이다. 카플레이 울트라를 직접 경험해봤다. 현재 국내에서 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브랜드는 애스턴마틴이 유일하다. 애스턴마틴 DB12 S를 통해 처음 접한 카플레이 울트라는 기대 이상이었다. 내비게이션 화면 하나를 띄우는 수준을 넘어 디지털 환경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구성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계기판이다. 기존 카플레이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작동했다면 울트라는 디지털 계기판까지 영역을 확장한다. 애플의 손길이 닿은 새로운 계기판 디자인을 운전자가 직접 고를 수 있다. 선택지는 여러 가지다. 애스턴마틴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디자인이 있는가 하면 애플의 색채를 한껏 강조한 화면도 있다. 자동차 제조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애플의 미적 감각을 더했다. 카플레이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째로 띄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기존 애스턴마틴 계기판의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는 디자인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애스턴마틴 순정 계기판은 고급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디자인과 구성 등 완성도가 높다. 여기에 애플 특유의 정돈된 그래픽과 직관적인 정보 배치가 더해지니 한층 세련된 인상을 준다.
가독성도 만족스럽다. 계기판은 운전 중 짧은 순간에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공간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도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면 좋은 계기판이라고 할 수 없다. 카플레이 울트라는 이 점에서 영리하다. 디자인과 폰트를 신경 쓴 덕분인지 속도와 주행 관련 정보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고, 각종 표시도 복잡하게 얽히지 않는다. 애플이 오랜 시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다듬어온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장점이 자동차에서도 드러난다.
사용 편의성도 기대 이상이다. 아이폰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디스플레이를 제어한다고 하면 화면 전환이 늦거나 차량 정보와 표시가 맞지 않는 상황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사용에서는 그런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반응 속도에 눈에 띄는 지연이 없고, 표시하는 정보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아이폰이 작동을 제어한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다. 마치 처음부터 자동차 제조사가 설계한 순정 계기판처럼 작동한다.
연결 과정에서도 만족스러웠다. 기존 카플레이를 사용할 때는 연결이 늦어지거나 한 번에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카플레이 울트라에서는 연결 속도와 성공률 모두 상당히 개선된 듯한 인상을 받았다.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연결과 관련된 하드웨어 구성에도 변화가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사용자가 체감하는 완성도는 높았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주행 모드에 따라 계기판 디자인이 달라지는 기능은 지원하지 않았다. 특히 애스턴마틴처럼 주행 모드에 따라 차의 성격이 뚜렷하게 달라지는 고급 스포츠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계기판이 한층 역동적인 모습으로 바뀌는 식의 연출을 기대했지만 별도 변화는 없었다.
아울러 일부 기능은 아직 최적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듯했다. 특정 기능을 선택하면 애스턴마틴의 순정 설정 화면으로 전환되는 등 두 시스템 사이 연동이 완벽하지 않은 모습도 보였다. 전반적인 반응 속도와 사용성은 만족스러웠지만 차량 고유의 시스템과 애플 인터페이스가 완전히 하나로 통합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다듬을 부분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카플레이 울트라가 흥미로운 이유는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관계를 한 단계 바꿔놓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애플 카플레이는 자동차에 아이폰의 일부 기능을 빌려오는 서비스에 가까웠다. 내비게이션과 음악, 전화 등을 자동차 화면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울트라는 자동차의 핵심 인터페이스인 계기판까지 손을 뻗었다. 단순한 연결을 넘어 자동차의 사용자 경험 자체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그렇다고 자동차 제조사의 역할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번 경험에서는 애스턴마틴이 만들어 놓은 기존 계기판의 완성도와 애플의 디자인 감각이 만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자동차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카플레이 울트라가 보여준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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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senn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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