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타트업, 비침습 BCI '싱크 투 스위치' 공개36초 보정 거쳐 전등·음악·비누방울 기계 실시간 제어

"마치 경기장에서 누군가를 열렬히 응원하듯, 마음속으로 '가자, 가자, 가자(Go, Go, Go)'를 반복하며 집중해 보세요"(캘리 박사)
무대 위에 오른 시연자가 머리에 얇은 밴드 형태의 헤드셋을 착용하고 눈을 감은 채 집중하자 연결된 태블릿 화면의 파형이 요동쳤다.
잠시 후 무대 뒤편에 설치된 조명이 딸깍 소리와 함께 환하게 켜졌다. 시연자는 의자에 앉아 '생각'만 했을 뿐인데 턴테이블이 작동하며 음악이 들렸고, 비눗방울 제조 기계에선 비눗방울이 만들어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음성 명령도 없이 오직 '생각'만으로 사물을 제어한 순간이었다.
30일 서울 코엑스 더 플라츠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의 특별세션 'BCI의 오늘을 만나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현장 시연' 현장에서는 비침습형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펼쳐졌다.
이날 연사로 나선 캐나다 스타트업 '파서빌리티 뉴로테크놀로지스(Possibility Neurotechnologies)'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디온 켈리(Dion Kelly) 박사는 자사의 비침습형 BCI 플랫폼 '싱크 투 스위치(Think-to-Switch)'를 소개하고 즉석에서 라이브로 진행했다.
뇌 수술 없이 36초 만에 일상 사물 제어하는 '싱크 투 스위치'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등으로 대중에게 익숙해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은 대개 두개골을 열고 미세 전극 칩을 뇌에 삽입하는 '침습형' 방식이 주를 이룬다. 반면 파서빌리티가 선보인 기술은 뇌 수술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 비침습 웨어러블 방식이다.
이날 켈리 대표는 시중에서 수면 트래킹이나 명상용으로 널리 쓰이는 헤드밴드 형태의 뇌파(EEG) 측정 기기를 활용해 데모를 선보였다.
현장 시연 과정은 3단계로 이뤄졌다. 헤드셋을 착용해 블루투스로 기기와 연결한 뒤, 36초간의 '보정(캘리브레이션)' 과정을 거쳤다. 시연자가 18초간 편안하게 쉬고 있는 뇌파 패턴을 기록한 뒤, '가자(Go)'라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집중하는 뇌파 패턴을 18초간 학습시켰다.
학습을 마친 시스템은 애플 홈킷(스마트홈)과 곧바로 연동됐다. 시연자가 의도적으로 집중하자 설정된 임계치(Threshold)를 넘어서며 전등이 켜졌고, 다시 집중을 통해 전등을 껐다. 이어 음악 재생, 비눗방울 기계 가동 등 엔터테인먼트 기기까지 생각만으로 손쉽게 조작해 냈다.

중증 장애 아동 연구에서 출발···"선택할 수 있는 자유 선사"
켈리 대표가 BCI 기술 상용화에 뛰어든 계기는 캐나다 캘거리 알버타 아동병원에서 진행했던 'BCI for Kids' 연구 프로그램이었다.
켈리 대표는 "기존 전 세계 BCI 논문 1만여 건 중 실제 임상 유용성을 평가한 연구는 18%에 불과하고, 소아 환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2%도 채 되지 않는다"며 "성인을 위해 고안된 복잡하고 고가인 시스템은 움직임이 어렵고 주의 집중 시간이 짧은 아이들에게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뇌간 뇌졸중으로 인해 사지마비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열 살 소녀 '클레어'의 사례를 공유했다. 손발을 전혀 쓰지 못하고 말도 할 수 없던 클레어는 '싱크 투 스위치'를 만난 후 처음으로 혼자 불을 켜고, 가족과 함께 파스타 기계를 작동시켜 요리를 도왔으며, 학교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골랐다.
켈리 대표는 "그동안 수동적으로 머물러야 했던 아이들이 이 기술을 통해 '오늘 학교에 가고 싶다', '이 책을 읽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며 "단순히 스위치를 켜는 동작 하나가 이들에게는 세상과 소통하는 거대한 문을 여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시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켈리 대표는 기술의 상용화 전략과 향후 확장성에 대해 강조했다.
의료기기 인허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소프트웨어를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진단·치료용 의료기기로 한정 짓지 않고, 일상에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소비자용 접근성(Accessibility) 기술'로 포지셔닝했다"며 "복잡한 병원 환경을 벗어나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과 가족들이 즉각적으로 혜택을 누리게 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답했다.
또한 자폐 스펙트럼(ASD) 아동 등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군으로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침습형 기기 개발 계획에 대해선 자체적으론 침습형 하드웨어를 개발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우리의 목표는 환자들이 실험실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갔을 때도 뇌 신호로 주변 사물을 제어할 수 있는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뉴럴링크와 같은 침습형 BCI 기업들과의 소프트웨어 연동 및 협업에는 언제든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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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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