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고성능과 우아함의 절정, 그 마지막 주행의 아쉬움 ···BMW M850i 그란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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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과 우아함의 절정, 그 마지막 주행의 아쉬움 ···BMW M850i 그란쿠페

등록 2026.11.03 16:21

수정 2026.11.03 16:31

권지용

  기자

530마력 V8 엔진이 선사하는 매력GT다운 여유로움과 반전 실용성알칸타라로 꾸민 고급 인테리어

BMW M850i 그란쿠페. 사진=권지용 기자BMW M850i 그란쿠페. 사진=권지용 기자

잘 만든 물건이 사라질 때면 괜히 한 번 더 돌아보게 됩니다. 아직 쓸 만한데, 아니 오히려 이제야 그 진가를 알 것 같은데 더 이상 못 본다고 하니 아쉬움이 큽니다. BMW 8시리즈가 단종을 예고했습니다. 그중에서도 M850i 그란쿠페는 그냥 보내기엔 아까운 차입니다. 큼지막한 V8 엔진을 얹고, 긴 차체를 낮게 깔아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차. 요즘 자동차 시장에서는 점점 만나기 어려워지는 종류의 자동차이기 때문이죠.

8시리즈라는 이름부터 BMW 라인업에서 특별합니다. 3시리즈나 5시리즈처럼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차도 아니고, M3나 M5처럼 고성능이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차도 아닙니다. 8시리즈는 BMW가 가진 기술과 디자인, 고급스러움을 한데 모아놓은 일종의 기함입니다. 그란쿠페는 여기에 문 네 개를 달아 실용성을 더했죠. 여기에 M 퍼포먼스의 엔지니어링을 더하면 M850i가 됩니다. 여러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욕심인데, 이 정도로 잘 잡았다면 욕심도 미덕이 됩니다.

BMW M850i 그란쿠페 1열. 사진=권지용 기자BMW M850i 그란쿠페 1열. 사진=권지용 기자

이번 시승차는 '헤리티지 에디션'입니다. 8시리즈의 마지막을 암시하는 특별판이자, 1989년 등장한 1세대 8시리즈를 오마주한 모델입니다. 과거를 기념하는 동시에 자신의 퇴장을 준비하는 셈입니다. 자동차에도 유작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면 이 차가 꽤 잘 어울리겠습니다. 실내 곳곳을 알칸타라와 가죽으로 아낌없이 꾸민 점이 독특한데요. 웬만한 M 모델에서도 이만큼 적극적으로 알칸타라를 사용한 모습은 만나기 어렵습니다. 손이 닿는 곳마다 소재 특유의 보드라운 질감이 살아 있고,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차에 올라탔다는 기분이 듭니다. 번쩍이는 장식이나 화려한 조명으로 고급스러움을 과시하기보다는 소재 자체의 매력을 앞세운 구성입니다.

스티어링휠은 어딘가 얇아진 듯한 인상을 줍니다. 특히나 BMW 자동차들이 스티어링휠을 두툼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 의외입니다. 손에 꽉 차는 묵직한 느낌보다는 운전대 본연의 형태에 가까운 인상입니다. 물론 운전대 하나로 자동차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운전자가 가장 자주 만지는 부분인 만큼 이런 차이도 제법 기억에 남습니다.

BMW M850i 그란쿠페. 사진=권지용 기자BMW M850i 그란쿠페. 사진=권지용 기자

놀라운 사실도 하나 있습니다. 8시리즈 그란쿠페는 5인승입니다. 뒷좌석 가운데 센터콘솔이 자리 잡고 있어 누가 봐도 네 명만 타는 차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안전벨트가 있습니다. 자동차등록증에도 당당하게 5인승이라고 쓰였네요. 가운데 자리에 사람이 앉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성인 다섯 명이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에 넉넉한 구성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멋을 위해 뒷좌석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쿠페들과 비교하면 제법 실용적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볼 차례입니다. M850i 그란쿠페의 핵심은 역시 V8 엔진입니다. 4.4L V8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530마력을 냅니다. 숫자만 보면 요즘 기준에서 아주 압도적인 수치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전기모터를 더한 고성능 자동차들이 600마력, 700마력을 어렵지 않게 이야기하는 시대니까요. 하지만 자동차는 숫자만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특히 V8 엔진은 더욱 그렇습니다.

BMW M850i 그란쿠페 기어노브. 사진=권지용 기자BMW M850i 그란쿠페 기어노브. 사진=권지용 기자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이 가진 힘이 아주 자연스럽게 차체를 밀어냅니다. 처음부터 운전자를 놀라게 하려고 소리를 지르거나 급하게 달려들지 않습니다. 낮은 회전수부터 두툼하게 쌓이는 힘이 차체를 여유롭게 끌고 나갑니다. 속도가 올라가는 과정도 매끄럽습니다.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530마력 이상이 더 필요할까요. 이 차를 타면서 출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순간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V8 엔진의 질감이 좋습니다. 실린더 여덟 개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리듬과 두터운 회전감이 있습니다. 가속할 때마다 엔진이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이 분명합니다. 전기차가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부분이죠. 음량뿐 아니라 음색과 박자, 그리고 소리가 커지는 과정까지 즐겨야 제맛입니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가끔씩 터지는 후적음은 감성 에너지를 채우기에 충분하죠.

승차감도 인상적입니다. 자동차 시승기를 쓰다 보면 승차감에 '적당하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적당하다는 말만큼 모호한 표현도 없습니다. 부드럽다는 뜻인지, 단단하다는 뜻인지,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이라는 이야기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M850i 그란쿠페는 그 모호한 적당함을 꽤 정확하게 구현한 차입니다.

BMW M850i 그란쿠페. 사진=권지용 기자BMW M850i 그란쿠페. 사진=권지용 기자

M 퍼포먼스 모델인 만큼 차체 움직임은 제법 단단하게 잡혀 있습니다. 그렇다고 노면의 충격을 운전자에게 일일이 전달하지는 않습니다. 스포츠카처럼 노면을 바짝 읽어내는 긴장감은 유지하면서도 GT다운 여유를 놓치지 않습니다. 과속방지턱이나 거친 노면을 지날 때도 차체가 불필요하게 출렁이지 않고, 그렇다고 충격을 그대로 받아내며 탑승자를 괴롭히지도 않습니다. 단단함과 편안함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입니다.

이같은 균형 감각은 장거리 주행에서 더욱 빛납니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는 많습니다.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코너에서 차체를 잘 붙잡는 차도 많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운전해도 몸이 편안한 고성능 자동차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습니다. M850i 그란쿠페는 운전자를 끊임없이 긴장시키지 않습니다. 속도를 내고 싶을 때는 충분히 내고, 여유롭게 달리고 싶을 때는 그에 맞춰줍니다. 운전자가 차에 맞추는 게 아니라 차가 운전자의 기분에 맞춰주는 느낌입니다.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GT라면 이 정도는 해줘야죠.

BMW M850i 그란쿠페. 사진=권지용 기자BMW M850i 그란쿠페. 사진=권지용 기자

여기서 M850i 그란쿠페의 정체성이 분명해집니다. 이 차는 M8처럼 서킷에서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고급 세단처럼 편안함만 추구하는 차도 아닙니다. 고성능의 긴장감과 장거리 주행의 여유를 함께 누리는 차입니다. 이름에 M이 들어갔다고 무조건 더 빠르고 더 단단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얼마나 빠르게 달릴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자동차도 유행을 탑니다. 한때 당연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특별한 취향이 되고, 나중에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기도 합니다. 8시리즈 같은 차를 새로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이 아쉽습니다. 좋은 영화가 끝나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지만, 관객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시승을 마치고 차에서 내렸는데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한없이 드는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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