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 미국 대중음악 시장에는 낯선 침공이 있었다. 비틀즈와 롤링스톤스, 더 후 등 영국 밴드들이 잇따라 미국 차트를 점령한 이른바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이다. 대서양을 건너온 영국 음악은 미국 대중문화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한국 자동차 시장에도 비슷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과거에는 낯설었던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국내 완성차 업체와 글로벌 수입차 브랜드가 경쟁하는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차이나 인베이전(China Invasion)'이라 부를 만한 변화다.
선봉에는 BYD가 섰다. BYD는 국내 진출 1년여 만에 수입차 시장의 주요 브랜드로 부상했다. 올해 1~9월 국내 신규 등록 대수는 2만1731대로 수입차 브랜드 중 4위를 기록했다. 돌핀과 씨라이언 7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가 판매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까지 선보이며 공략 범위를 넓히고 있다.
후발 중국차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중형 SUV 7X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엑스펑 역시 한국 법인을 중심으로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볼보자동차코리아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이만식 전무를 한국 대표로 영입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대한 이해와 수입차 업계 경험을 갖춘 인물을 내세워 시장 안착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중국차들의 한국 진출 방식에서 눈여겨볼 변화는 가격 경쟁력만으로 승부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수출 물량을 소화하는 시장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프리미엄 시장까지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기술과 브랜드, 현지 인력까지 앞세워 국내 시장에 뿌리내리려는 것이다.
물론 국내 소비자들의 중국차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의구심은 물론 사후관리와 부품 수급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중국차가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으려면 판매량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소비자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렇다고 중국차의 경쟁력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친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고 한국도 그 무대에 포함됐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의 속도다. 수많은 업체가 가격과 기술을 놓고 경쟁하면서 신차 개발과 상품 개선 주기는 짧아지고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에서 축적한 자본과 공급망, 배터리 경쟁력도 이들의 무기다. 한국 업체들이 익숙하게 여겨온 경쟁의 조건과 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차이나 인베이전은 이제 시작에 가깝다. BYD 한 브랜드의 약진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중국차는 결국 가격으로 승부할 것이라는 낡은 판단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마주한 상대는 값싼 중국산 자동차 몇 종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무대로 경쟁력을 키워온 중국 자동차 산업 전체다.
경쟁자를 외면한다고 경쟁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중국차의 한국 진출을 막을 방법부터 고민하기에 앞서, 이들이 왜 한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안방이 더 이상 안전한 울타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차이나 인베이전에 대응하는 첫걸음이다.
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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