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산 비리는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무기를 개발하고 군 전력을 책임지는 산업에서 입찰 과정의 금품 제공이나 원가 부정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K방산이 해외시장에서 쌓아온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도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계약은 기본이다.
그렇다고 제재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제재의 타당성을 따지는 동시에 사업 일정과 군 전력화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비리를 엄단하는 것과 방산사업의 연속성을 지키는 것은 어느 하나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방위사업청이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에 내린 2년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법적 공방이 이어지면서 소형무인기 대응체계와 KF-21 장거리 공대공유도탄 등 주요 사업에도 불확실성이 드리우고 있다.
소형무인기 대응체계는 체계 개발을 마치고 후속 양산을 추진하던 사업이다. 제재가 현실화해 사업 수행 주체나 추진 절차에 변화가 생기면 양산과 전력화 일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KF-21 장거리 공대공유도탄 사업 역시 최종 계약과 개발 절차를 앞두고 있어 법원 판단에 따라 사업 추진 일정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파장은 해당 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방산사업은 체계업체 혼자 완성할 수 없다.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가 부품과 기술을 공급하고 생산망을 함께 구성한다. 사업이 지연되면 협력업체의 일감과 인력 유지에도 부담이 커진다. 군의 전력 확보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해외시장도 국내 사정을 따로 봐주지 않는다. 무기 수출은 계약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약속한 납기를 지키고 안정적으로 생산하며 후속 군수지원까지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사업의 불확실성이 반복되면 K방산의 공급 역량과 신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우려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사업별 파장을 미리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방사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업의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제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사업 관리와 감독 체계 전반을 되짚어야 한다. 기업에 충분한 소명 기회를 보장했는지도 행정의 신뢰를 좌우하는 문제다.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묻는 동시에 감독 체계의 미비점까지 살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준비해야 할 것도 명확하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사업별 영향을 따져 일정 조정과 대체 추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협력업체의 생산 기반과 군 전력화 일정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특정 기업을 위한 예외를 허용하자는 뜻이 아니다. 위법 행위에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되 그 여파가 국가안보와 방산 생태계 전체로 번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K방산의 경쟁력은 수출 실적이나 수주잔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투명한 사업 질서와 안정적인 생산 기반, 약속한 납기를 지킬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비리를 묵인해서도 안 되지만 제재의 여파를 외면한 채 원칙만 앞세워서도 안 된다.
제재는 엄정하게, 사업은 흔들림 없이. 방산 비리를 바로잡으면서 K방산의 경쟁력까지 지켜내는 것, 그것이 정부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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