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거래일 만에 서킷브레이커···매매 20분 중단유가·미 국채금리 안정 땐 AI 기업 조달 부담 완화코스피 반영된 12개월 이익, 전망보다 38~49% 낮아
코스피가 5000선을 중심으로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다음 주 초까지 급락의 여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외국인 매도가 몰린 상황에서 밤사이 미국 기술주까지 급락한 데다, 미국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투자심리를 흔들 변수로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6일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 3분께 유가증권시장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했다. 지난달 15일 이후 16거래일 만이자 올해 들어 11번째다. 오전 9시 34분에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돼 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의 효력이 5분간 정지됐다.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매도 집중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 매도는 전날 국내장에서 이미 두드러졌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가 불거지자 5일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액 3조3733억원 가운데 약 2조7000억원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몰렸다.
국내장 마감 이후 뉴욕증시에서도 기술주 투매가 이어졌다. 5일(현지시간) 나스닥종합지수는 5.52%,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2% 넘게 하락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규제를 거론한 정치인들의 발언이 새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중간선거 이후 당선인들의 발언에 더 큰 무게를 뒀다고 관측했다. 김 연구원은 "규제가 있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일지 모른다는 불안이 기술주의 급락을 키웠다"고 말했다.
규제 불안에 헤지펀드의 투자 축소 우려도 겹쳤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헤지펀드의 AI 관련 포지션 청산 소식까지 더해져 레버리지 축소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美 AI 기업 실적이 변수···과매도에도 바닥 판단은 일러
다음 주에는 미국 AI 연산용 클라우드 업체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들 업체는 데이터센터와 서버에 먼저 자금을 투입하고, 시설을 가동해 고객에게 연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매출을 올린다. 규제로 건설이 늦어지면 매출이 들어오는 시점이 밀려 투자비 회수에도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AI 인프라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내주 네오클라우드 실적도 경계 요인"이라고 짚었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반도체 출하가 늦어지거나 납품가를 다시 협상하는 과정에서 기업 이익과 장부가치 전망이 낮아지면 코스피의 하락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가와 금리가 내려가면 차입으로 투자를 늘린 미국 AI 기업의 자금 부담은 일부 줄어들 수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국제유가가 하락해 최근 급등한 미 국채 금리가 하향 안정될 경우, AI 기업의 자금 조달 및 잉여현금흐름(FCF) 적자 우려도 일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센터장은 규제 불확실성과 수급 불안으로 단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반도체의 견조한 이익이 코스피의 상승을 뒷받침할 것으로 봤다. 외국인 수급이 돌아설 조건으로는 물가와 금리 부담 완화, 원화 안정을 제시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코스피에 큰 폭의 이익 감소 가능성이 이미 반영됐다고 봤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의 관계를 토대로 현 지수에 반영된 향후 12개월 이익을 역산한 결과, 시장 전망치보다 38~49%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오늘이 지수의 바닥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수급을 제외하고 본다면 지수는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뉴스웨이 문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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