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5일 30년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2년여동안 금융위원회 수장을 맡으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는 어느 시인의 노래였다. 공직 생활 가운데 금융위원장 직이 자신에게 새로운 길을 열여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임사'에서 "일생에 단 한번 만날 수 있는 일기일회(一期一會)의 기회이자 행운이기도 하다"며 아쉬움을 직원들에게 전했다. 그동안 가계부채, 외환위기,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 수많은 '난관'을 만났고 이를 헤쳐나가면서 겪었던 느낌과 소외다.
김 위원장은 "세계 각국이 재정위기로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국내경제도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으로 적잖은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며 "이럴 때 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하며 환부는 신속히 도려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취임 첫날 가계부채와 저축은행 문제, 외환 건전성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당시 김 위원장은 시험무대로 평가받았다.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판도라 상자 같았던 저축은행의 전면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우리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가장 비판을 받았던 '외화 유동성 확보'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 2011년 상반기 외화조달 시장은 외견상 양호해 보였으나 김 위원장은 당시 금융회사에 외화유동성 확보를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결국 그해 8월 미국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국제금융시장이 경색됐고 결과적으로 선제적으로 확보한 외화 유동성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년여 도안 가장 아쉬웠던 부분으로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를 꼽았다.
그는 "정부가 소유한지 10년이 넘은 우리금융그룹은 하루 속히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며 "민간의 자본과 창의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금융회사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이제 시장에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임사를 통해 새 정부가 정책금융체계에 대한 밑그림도 다시 그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때문에 현재의 정책금융기관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췄다.
김 위원장은 "신성장 산업과 해외 프로젝트 수주 등이 우리경제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현재의 정책금융기관들로는 미래의 먹거리 분야를 충분히 둿받침 할 수 없다"며 "기관간 기능중복, 자본규모 영세성, 콘트롤타워 부재 등에 기인한다. 이제는 소관부처의 이해를 떠나 국익차원에서 정책금융 체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직원들에게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남유럽을 강타한 유로 재정위기가 프랑스오 네덜란드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현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현재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어렵고 상당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을 냉철하게 보고 닥친 문제는 정공법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임사를 맺으면서 "무거운 짐을 여러분에게 남겨 놓고 간다"고 말했다. 여기서 짐은 가계부채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을 말한다. 김 위원장은 "새정부가 국민행복 희망의 새시대를 열어가는데 금융위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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