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승리 일궈낸 ‘친위부대’ 당 지도부 입지 탄탄
당시 4선의 황우여 의원이 친박계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대표로 선출됐고, 이혜훈·정우택·유기준 의원 등이 최고위원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서병수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임명되고 호남 출신의 이정현 전 의원이 최고위에 합류하면서 ‘박근혜 친정 체제’는 확고한 자리매김에 성공했다.
당을 장악한 이들은 박근혜 후보가 그해 7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부터 12월 대선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분골쇄신’했다. 자신의 위치에서 총력을 다 하다가도 후보에 흠이 생길 수 있으면 지체없이 몸을 던지기도 했다.
친박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경환 의원은 후보 비서실장을 맡으며 활약했지만 당내 지도부 퇴진론이 거세게 일자 자진사퇴해 후방지원에 주력했다. 경선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 역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드러나자 곧바로 캠프를 떠났다.
18대 국회 당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이견을 보이며 ‘탈박(脫朴)’했던 김무성 전 의원은 위기에 봉착한 박근혜 대선캠프로 돌아와 공동선대본부장으로서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대선정국을 진두지휘, 대선승리의 주춧돌을 놨다.
이 외에도 ‘박근혜의 입’이라 불리며 대언론 업무를 맡아 여론조성에 힘쓴 이정현 전 의원과, 일정 조율 및 의전을 묵묵히 수행한 이학재 의원, 전략과 기획을 맡았던 권영세 전 의원 등도 대선승리에 일조했다.
◇‘전문가 그룹’에 밀려 인수위에선 숨죽인 그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확정 이후 보름 만에 내놓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 결과는 의외라는 평가가 난무했다. 친박을 위시한 정치권 인사들은 최대한 배제된 가운데 박 대통령의 정책을 성안한 전문가 그룹이 대세를 이뤘기 때문.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중용될 것으로 예상됐던 3선의 최경환 의원과 대선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권영세 전 의원, 특보단장을 지낸 이주영 의원 등 이른바 친박 핵심들은 모두 제외됐다.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은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으로 기용된 이정현 전 의원 등 일부만 살아남았다. 이는 2인자, 실세 등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인수위가 새 정부 5년 전반에 걸친 로드맵을 구성하고 각종 이권이 오가는 곳이란 점을 감안할 때 친박 그룹은 정권 인수단계에서부터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잃은 셈이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표정관리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토사구팽’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불만이 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수위 출범 초기부터 ‘인수위 출신 인사의 내각행(行) 불가’라는 원칙론이 대두되면서 친박 그룹의 동요가 잦아드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인수위에 들어가 혹시나 모를 불이익을 감수하기보다는 외부에 머물면서 인수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나중에 장관으로 입각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관측의 결과다.
김무성·이학재 등 일부 인사들은 아예 ‘차기 정부에서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며 선수를 치고 잠행에 들어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친박 인사들은 2달 가량의 인수위 기간 동안 ‘정중동’에 몰두했다는 분석이다.
◇정부 출범에 두각 드러낸 친박, 여권 실세 면모는 ‘글쎄’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인수위 활동이 마무리 된 이후 국무총리와 18개 부처 장관으로 이뤄진 내각, 3실9수석 체제의 청와대 인선이 모두 발표됐다.
청와대 인선은 박 대통령의 ‘친정체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부분 최측근 인사들로 채워진 가운데 비서실장 후보자에는 내정된 허태열 전 의원이 내정됐다. 그는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시절부터 친박 그룹 대변해 당내 친이계를 견제하는 등 친박계 좌장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인수위에서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을 맡았던 이정현 전 의원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직무를 그대로 이어가게 됐다. 내각에서는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 유정복 의원이 안전행정부 장관,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 정도 인선으로는 대선승리의 ‘1등 공신’ 그룹인 친박계에 대한 대우로 보기엔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새 정부의 여권 실세로 자리매김 하기에는 부족함이 크다는 분석이다.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점쳐졌던 서병수 사무총장과 유기준 최고위원, 유력한 경제부총리 후보였던 이한구 원내대표, 그 외 이혜훈 최고위원과 최경환 의원 등은 예상을 깨고 조각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남아있는 인선은 청와대 비서관 35명과 공공기관장이다. 만약 여기서도 박 대통령이 ‘친박계 배제’라는 카드를 내밀 경우 자신의 ‘우군’인 친박 그룹의 실망감이 높아져 집권 초 여권의 구심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창희 기자 allnewguy@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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