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기준 없는 체계··· 1등급에서 7등급까지 제각각
회사원 박모(38)씨는 최근 전세자금 대출을 위해 자신의 신용등급을 조회했다가 깜짝 놀랐다.
A신용평가회사에서는 1등급인 자신의 신용이 B신용평가회사에서는 7등급이었기 때문이다. 두세 등급 차이가 아닌 여섯 등급이나 차이가 나는 자신의 신용정보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박씨는 A신용회사를 거래하는 은행에서는 2000만원 가량 대출을 할 수 있었지만 B신용회사와 거래하는 은행에서는 '대출 불가'였다. 박씨는 너무나 크게 다른 신용등급이 이해가 가지 않아 신용평가사에 문의해보니 '서로 평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란 답변만 돌아왔다.
박씨처럼 신용평가회사마다 평가된 신용등급이 달라 금융거래 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본지가 국내 대표 신용평가회사인 A사와 B사의 신용평가기준을 조사한 결과 ▲상환 이력 정보 ▲현재 부채 수준 ▲신용 거래 기간 ▲신용 형태 정보 등 4가지 부문을 반영하고 있지만 평가 항목마다 활용 비중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두 회사의 신용등급 분포는 큰 차이가 났다. 지난해 9월 기준 A사에서 1등급은 584만명으로 전체의 13.9%를 차지했지만 B사는 368만명으로 전체의 9% 수준이었다. 3등급은 B사가 677만명(16.6%)으로 A사의 454만명(10.8%)보다 많았다. 나머지 등급에서도 수십만명 안팎의 차이를 보였다.
박씨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연체 없이 빚을 갚으면서 A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A사는 4가지 평가 요소 중 '상환 능력'에 40.3%로 가장 높은 비중을 두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반면 B사는 이 비중이 25%로 상대적으로 낮아 가점을 덜 받았다.
B사는 '부채 수준'에 가장 큰 비중(35%)을 두고 평가했다. 박씨는 이후 새희망 홀씨, 자동차 할부 등 대출금액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 대출금 때문에 B사에서 더 불리하게 작용,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A사는 부채 수준에 대한 평가 비중이 23%로 B사보다 훨씬 낮다.
이렇게 평가 기준이 달라 피해가 발생되고 있지만 정작 금융당국은 통일된 평가 기준 조차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거래하는 금융회사가 어떤 신용평가사의 등급을 더 중요하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금리나 한도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박씨처럼 등급 차이가 심하게 날 경우 은행권 대출 자체가 불가능 해 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용평가 회사들마다 영업 마케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발전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은 민간 기업에 속한다. 강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평가사들이 발전을 위한 경쟁을 하고 있는 사이에 금융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대출관련 모든 업무는 금융회사마다 자체적으로 실행 여부를 판단해 진행한다"며 "금융사별로 모형이 달라 발생한 문제일 수 있어 신용평가회사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 등 대부분 금융회사는 두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동시에 활용한다. 하지만 연체 등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더 비중 있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신용평가회사에서 책정한 신용등급에 차이가 벌어질 경우 소비자의 대출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가사의 등급 자료를 받아서 그대로 대출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는 없다"며 "은행에서도 거래 실적이나 카드사용 현황 등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임현빈 기자 bbeeny@
뉴스웨이 임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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